같은 주제, 다른 시선… 짧은글이 뜬다

민동용 기자 입력 2020-06-16 03:00수정 2020-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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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출판 붐
장르문학부터 미래 전망 등 교양서로 확대
짧은글 선호 늘고 빠른 기획 장점
하나의 소재나 테마로 다양한 작가들이 짧은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앤솔러지가 몇 년 새 은근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교양 분야에서도 시의성 있는 이슈를 다루는 앤솔러지가 눈에 띈다.

과거 앤솔러지가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같이 순수문학 위주로 간간이 보였다면 최근에는 SF를 중심으로 장르문학에서 활발하다.

장강명 듀나 김보영 등 8명의 작가가 슈퍼 히어로를 주제로 펴낸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2018년·민음인), 올해 ‘일상을 살아가는 내 안의, 우리 안의 괴물’을 테마로 김동식 윤이형 곽재식 등 10명의 단편을 묶은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이상 한겨레출판), 현역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등 비소설가 4명과 SF 작가 1명이 SF를 주제로 쓴 소설을 묶은 ‘떨리는 손’(사계절) 등이 대표적이다.


순수문학에서도 반향 있는 소재의 앤솔러지가 나오고 있다. 윤성희 손보미 백수린 등 여성 작가 6명이 할머니를 테마로 쓴 단편을 모은 ‘나의 할머니에게’(다산책방)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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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단행본 출판사들도 앤솔러지 흐름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민음사는 이달 말 ‘시스터후드’ ‘모바일 리얼리티’ ‘괴담’을 주제로 하는 앤솔러지 ‘더(the) 짧은 소설’(전 3권)을 펴낸다. 문학과지성사도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3편 선정해 모은 ‘소설보다’ 앤솔러지를 내고 있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주간은 “짧은 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주 독자층인 20, 30대가 읽기 원하는 당대 이슈를 그때그때 풀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기획에서 출판까지 빠른 호흡으로 진행시키며 단행본 필자를 타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특정한 소재나 모티브에 맞춰 짧은 글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도 앤솔러지 붐의 한 요인이다.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페미니즘, 반려동물같이 최근 몇 년간의 주요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는 앤솔러지가 대거 등장했다. 지난주 출간된 ‘나는 반려동물과 산다’(다산에듀)는 인문학자, 수의사, 문학평론가 등 필자 9명이 개와 고양이를 사랑할 때 마주하는 인문학적 질문들을 풀어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글항아리)는 의사, 종교학자, 철학자, 사회복지학자 등 12명이 AD(After Disease) 시대 각 영역의 변화를 예측했다.

앤솔러지가 깊이 있고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세태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학편집자는 “기획성이 도드라지는 앤솔러지는 단행본 한 권의 가치를 갖지만, 신진 작가에게는 긴 호흡의 완성도 높은 장편을 쓸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앤솔러지 출판 붐#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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