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슈로 번지는 美中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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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무역합의뒤 수면 아래로… 中, 위안화 절하조치에 재점화
美 무역적자 늘어날 가능성… 원-달러환율도 하루새 7.2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환율 이슈까지 등장했다. 올해 1월 한때 6.8606위안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25일 7.1209위안을 기록한 것을 두고 중국이 자국 화폐 평가절하로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역외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달러당 7.14위안을 돌파했다.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야기한 위안화 약세는 양국 간 무역전쟁의 발화점 중 하나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가 발생하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올해 1월 양국의 1차 무역합의 타결로 미국이 조작국 지위를 해제해 환율 이슈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날 평가절하를 계기로 환율 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부터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거세게 주장하며 1차 무역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중국으로선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6.8%로 추락하는 등 심각한 경기 후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 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100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예정이어서 통화량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위안화 가치 하락도 어느 정도 예고된 상태였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원화 가치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2원 오른 1244.2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넘어선 건 3월 24일(1249.6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3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원화 가치가 급락한 건 미중 갈등 격화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커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화와 위안화가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히 연결돼 있어 통화 가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와 위안화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원화 약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기업들의 달러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건혁 기자
#미중 갈등#위안화#위안화 환율#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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