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천 화재때 책임감리자 현장 없었다”… 경찰 수사 착수

이천=박종민 기자 , 신지환 기자 , 이경진 기자 입력 2020-05-02 03:00수정 2020-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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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업체 셀프지정’ 부실 자초 지적
감리업체측 “건물밖에서 화재 목격, 감리자가 가장 먼저 119신고” 주장
우레탄폼-용접 동시작업도 확인… 건물 곳곳서 용접기-호스 등 발견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참사 현장에서 1일 유가족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새까맣게 그을린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29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공사장 대형 참사로 38명이 숨진 가운데 안전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 감리자가 화재가 일어난 순간 작업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 감리업체를 발주처가 임의로 지정하는 ‘셀프 감리’가 위험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공사장 감리를 맡은 업체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책임감리자인 A 씨 등이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경 물류센터 건물 안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감리업체 측은 감리자가 건물 밖에서 화재를 목격하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시공사가 우레탄폼과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고용노동부 지침을 어기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사실도 소방 당국의 현장 감식을 통해 확인됐다. 화재 현장을 감식한 소방 당국과 경찰은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지하 2층뿐 아니라 지하 1층 곳곳에서도 용접에 쓰이는 산소 용접기와 전기 절단기를 여러 개 발견했다고 밝혔다. 감식반은 물류센터 건물 여러 층에서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뿌릴 때 쓰는 호스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밖에는 우레탄폼 작업용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감식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감리업체가 작업장 내부에서) 총체적으로 안전관리를 못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물 밖에 있던 감리자는 화재 위험이 있는 우레탄폼과 용접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 사실을 묵인했거나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발주처와 시공사, 감리업체가 유족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사망자 중 안전관리사와 화재 감시자가 1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관리를 소홀했다는 생존자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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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업체 대표는 “발주처가 감리사를 지정해 공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감리업체가 발주처 또는 발주처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화재 사고 때마다 부실 원인으로 지적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참사로 사망한 38명 가운데 신원을 알 수 없었던 9명 중 8명의 신원을 추가로 1일 확인했다. 경찰은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확인을 위한 검사를 의뢰한 시신 8구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1구로 유족들에게서 채취한 시료와 대조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유족 휴게실이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는 부검 소식을 전해들은 유족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참사로 매제를 잃은 유족 박칠성 씨는 “신원이 확인되면 먼저 알려주겠다기에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부검하게 됐다며 시신을 옮기면 어떡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천=박종민 blick@donga.com·신지환·이경진 기자
#이천 물류센터 화재 참사#책임감리자#감리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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