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창업 평가 최고 대학… ‘창업 DNA’가 남달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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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출신 기업 CEO 1만명 넘어… 4년 연속 학생 스타트업 1위 기록
‘창업 연구년’ 제도-멘토단 운영 등, 기술창업 활성화 학교가 적극 지원

《 국내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 어딜까. 여러 학교의 이름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정답은 한양대다. 한양대가 그동안 배출한 CEO 수만 1만 명을 넘어섰다. 한양대가 수많은 기업가를 배출할 수 있었던 ‘창업 DNA’를 살펴봤다. 》

한양대가 올해 4월 발표한 ‘2018년 한양동문기업 성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양대 출신이 CEO를 맡고 있는 국내 기업은 1만213곳에 이른다. 이 기업들이 고용한 직원이 72만 명, 연간 매출액은 573조 원 수준이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3%에 이르는 매출을 ‘한양대 출신 CEO’ 기업이 달성한 것이다. 이처럼 한양대 출신 CEO들이 산업 현장에 많은 이유는 한양대가 ‘공학’과 ‘창업’에 두루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설립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한양대 출신이 대표로 재직 중인 기업은 2153곳(2018년 12월 현재)이다. 이는 한양대를 제외한 다른 6개 주요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KAIST)의 평균치보다 1.5배 많다.

한양대 동문 기업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그중에서도 기계·장비·전자부품 기업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기업 대표자의 전공 역시 공학계열이 전체의 6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창업에 나서는 한양대 출신이 많고, 그중 상당수는 공대 출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한양대 졸업생들은 그동안 창업과 기업경영 활동으로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구글이나 애플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한양대가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4년 연속 학생창업 1위… 뜨거운 한양대 창업 열기

한양대는 지난해 청년들을 위한 창업기숙사인 ‘247 스타트업 돔’, 창업자들을 위한 협업 공간인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 등을 설치했다. 앞으로 ‘창업자 역량진단시스템(S-CDP)’도 구축해 체계적인 학내 학생 창업교육을 시행하고, 창업자 육성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한양대 창업기숙사인 247 스타트업 돔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기숙사실과 전용 창업 공간, 팀별 멘토진 등을 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한다.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 덕분에 한양대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대학공시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 창업자를 배출한 대학으로 꼽혔다. 스타트업 돔의 1기 입사생인 김재혁 레티널 대표(한양대 산업공학과)는 광학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 렌즈를 제작해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의 기업으로부터 67억 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현재 이곳에는 2기 학생창업자 30여 명이 밤낮없이 창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기숙사에 입사한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4학년)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기술 개발에 앞서 오디오북과 관련된 시장 조사를 했는데, 성우와 녹음실 등의 문제로 실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오디오북이 많지 않다는 점을 파악했다.

정 대표는 학과 동기 3명과 함께 팀을 꾸리고 ‘딥 러닝을 통한 음성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이미 인터넷 등에 노출된 유명인들의 음성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인공지능(AI)으로 해당 유명인의 목소리로 책을 읽거나 영상에 음성을 더빙하는 것이다. 라이언로켓은 해당 기술로 ‘서울지역 창업동아리 왕중왕전’, ‘공학 경진대회’ 등에서 수상했고, 기술혁신형 창업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금 6000만 원을 받았다. 라이언로켓은 앞으로 독자적인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과 관련된 특허 2건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사업화 과정까지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업 경험이 없어 마케팅과 사업화 등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창업지원단에서 해결해 준 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양대 창업지원단은 노무사와 변리사 등의 자문과 창업전담 교수의 멘토링 서비스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정 대표는 “처음 목표대로 회사를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서비스를 하는 사회공헌 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 교수, 석박사도 “창업 나서자”

한양대 캠퍼스의 ‘창업 열기’는 학부 과정 학생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수들도 창업 지원 제도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도 속속 창업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3년 동안 한양대에서 실제 창업을 한 교수 및 석·박사 과정의 학생 수는 45명에 이른다.

한양대 교수들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무대에서 창업 아이템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19’에서 에너지공학과 이영무 교수는 식품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산소·질소 발생기’를 발표했다.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 역시 같은 전시회에서 배터리 없이 파도로 전기를 생산한 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송신할 수 있는 ‘자가발전 구조신호 장치’를 내놓았다. 두 제품 모두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고 주최 측으로부터 혁신상을 수상했다.

한양대는 교수와 석·박사들이 2017년부터 ‘창업 연구년’을 쓸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 전까지는 학술, 연구 목적으로만 연구년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창업까지 그 범위를 늘린 것이다. 또 교수도 △창업 멘토링 △시제품 제작 △창업공간 지원 △자금 지원 등의 창업 준비에서부터 마무리인 투자 회수까지 학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를 활용해 기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원창업포럼’과 ‘산업연계 교육자문위원회(IAB)’ 등도 운영하고 있다.

만약 해외에서 창업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한양대 동문을 주축으로 구성된 ‘글로벌 스타트업 멘토단’과 연계하면 된다. 한양대는 지난해 7월 이 같은 창업 기여를 인정받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 학과 간 벽 허문 기술창업 이어져

한양대의 실험실 창업기업인 ‘AIMD’는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창업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한양대 의학과 응급의학교실 임태호 교수와 생체의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최종봉 학생이 함께 창업한 회사다. 이들은 의학과 공학 융합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비디오 후두경(喉頭鏡)인 ‘아이링고’를 개발했다.

후두경은 기도(氣道)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의료기기다. 주로 응급상황에서 인공호흡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숙련된 전문의가 아니면 사람 몸에서 기도와 식도(食道)를 쉽게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에 “정확하게 기도에 꽂을 수 있는 후두경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이링고를 개발했다.

아이링고는 기존 제품에서 소독하기 어려웠던 블레이드(기도에 닿는 부분)를 일회용으로 만들고, 한국인 체형에 맞게 디자인했다. 아이링고 개발 전까지 국내 후두경 시장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이 사용됐다. 평균 가격도 1500만 원 안팎에 달했다. 아이링고의 가격은 그 절반 이하다. AIMD는 아이링고를 올해 말까지 국내에, 내년에 미국과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한양대 학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양성 대학인 드레이퍼 대학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한양대는 해외 11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 창업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한양대 제공
한양대 학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양성 대학인 드레이퍼 대학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한양대는 해외 11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 창업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한양대 제공
● 해외로 향하는 한양대 창업

한양대는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와 뉴욕, 중국 상하이 등에 글로벌 창업지원센터를 설치했다. 2016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IT 전시회인 ‘CES 2016’에서 대학 스타트업관을 운영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30개 이상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한양대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 육성’을 중점 목표로 삼고,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망 스타트업 선발부터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해 주고 사업성을 분석하는 단계까지 지원한다.

사업성이 있는 우수 스타트업은 해당 지역으로 파견돼 현지 전문가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으로 가상 투어 콘텐츠를 개발한 한양대 스타트업 ‘비지트’는 2018년부터 홍콩 스와이어 그룹과 계약을 맺고 호텔에 가상 투어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

한양대는 글로벌 창업을 늘리기 위해 5월에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11개사와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과 함께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해외시장 투자유치, 현지시장 개척, 정보 교류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은 “빠르게 바뀌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창업 준비 단계부터 넓은 시야와 글로벌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부터 창업 기업까지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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