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걱정 없는 행복한 직장” 용역파견 전문기업의 당당한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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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동구장애인복지관 후원업체 인증패를 들고 있는 ㈜에스제이파워 임직원, ㈜에스제이파워의 깔끄미봉사단, 고용노동부 2016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에스제이파워.
왼쪽부터 동구장애인복지관 후원업체 인증패를 들고 있는 ㈜에스제이파워 임직원, ㈜에스제이파워의 깔끄미봉사단, 고용노동부 2016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에스제이파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에스제이파워는 주로 철도 분야에서 철도역 운영, 철도 관련 시설물 관리, 고객안내 및 질서유지, 청소와 환경미화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5년 이상 미대사관과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다수의 관공서를 중심으로 건물종합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고객의 자산을 유지 관리하는 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자 에스제이파워 대표직을 맡고 있는 신항철 대표는 기존의 위탁업체들이 시도하기 어려웠던 유연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고용 인원 대비 33%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결실도 맺었다.

일하는 방식과 시간의 유연화… 일자리 창출과 고객 만족, 워라밸 실현

신 대표는 에스제이파워가 업무위탁회사로서 시도할 수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했다. 바로 유연한 근무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첫째로 승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직원 배치를 2배로 늘리는 ‘집중근무시간제도’를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신 대표는 “이는 업계에서 최초”라고 설명했다.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출·퇴근 시간과 승객 이용이 적은 시간대에 동일한 직원 수를 파견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개선에 나섰다.

에스제이파워가 담당하기 이전에 호남차량청소와 수도권 객차 비품 관리는 하루 24시간 근무 후 하루 쉬는 제도여서 근무환경이 많이 열악했다. 이를 3조 2교대로 개편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188명 정원을 207명으로 늘리면서 19명의 추가 고용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과천안산선 역무위탁을 맡아 근무 제도를 ‘3조 2교대’서 ‘4조 2교대’로 개편하면서 고용 인력이 43명에서 58명으로 늘었다. 고용인원 33% 증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 고용 우수 사례로 꼽힌다. 4조 2교대로의 개편으로 한 달 21일 근무에서 15일 근무로 근무일수를 줄였다. 그러자 일·가정 양립을 바라던 주부나 21일 근무가 버거웠던 장년층의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 과거 입·퇴사가 빈번해 서먹하던 직장 분위기도 이직률이 연간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직원들 간 유대감도 높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신 대표는 업무위탁 기업으로서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이제는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가 아닌 ‘좋은 일자리’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나눠주길 바란다며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만 전체 고용률이 높아진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에스제이파워는 육아와 살림으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과 풀타임 근무가 부담스러운 장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용역회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순기능도 꼭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장년에게는 정년이 없는 기업, 청년에게는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 기업

100세 시대와 고령사회를 맞은 대한민국에 에스제이파워가 전하는 메시지는 특별하다. 정년이 없는 기업으로서 에스제이파워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신 대표는 “처음부터 중장년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에스제이파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제이파워에 근무하고 있는 60세 이상 근무자는 전체 근무자의 60%가 넘는다. 일반 기업체라면 정년이 지났지만 퇴직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정년 없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점도 위탁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라면 절대 정년을 없앨 수 없었을 것입니다. 50세가 되기도 전에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분이 건강한 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스제이파워는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만큼이나 청년들에게도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스제이파워에서 파견돼 코레일 역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2, 3년을 디딤돌 삼아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길을 정규 코스처럼 만들고자 한다. 신 대표는 “직접 현장에서 근무해 본 직원을 고용하는 이점과 코레일에 근무하고 싶은 청년층은 학업과 병행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기업으로서 이윤 창출과 일자리 창출은 배치되는 가치가 아니며, 오히려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할 때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되는 것이다”며 일자리 나눔을 통해 대한민국이 직면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을 고민해 실천해 가고 있다.

에스제이파워는 철도 위탁업무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 공로로 2016년 국토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고용친화형 우수기업으로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17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당당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회사

에스제이파워의 직원들은 특별하다. 철도의 한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남다르다. 에스제이파워의 특별한 교육 덕분이다. 대기업 CS 수준의 교육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친절교육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감동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근무자의 자부심과 자신감 향상으로 되돌아온다. 에스제이파워의 소속 직원이 (재)한국방문위원회가 주최한 ‘미소 국가대표’로 최근 2년 연속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직원교육의 효과는 부산역에서 확인됐다. 부산역은 2013년부터 전국 철도역 청소품질과 고객서비스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독차지해 왔다. 거기에 역 청소 과정에서 나오는 폐지를 팔아 부산역 인근의 장애인이나 홀몸노인을 돕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도 해 주는 모습이 TV에까지 방영됐다. “우리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청소는 그래도 우리가 전문가니까”라고 말하는 근로자를 TV에서 보며 신 대표는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2016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당시 고용노동부 심사에서도 노동조합 지부장이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다 보니 내 직업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더라”는 발표를 직접 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소음과 먼지 많은 환경에서 근로시간 내내 몸을 굽혀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일도 열심히 하고 거기다가 고객들에게 인사까지 잘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자원봉사까지 해야 하냐는 일부 불편한 시선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안락한 작업환경에서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을 원하고 또 그렇게 돼야 합니다. 하지만 힘들고 박봉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냥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그래도 이 일만큼은 내가 전문가이고 나의 전문적 역량으로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부산역 근로자들이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뿌듯했지요.”

신 대표는 국내에서 용역업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앞으로 에스제이파워와 같은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인식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나 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계약 기간에 사고만 나지 않게 관리하면서 이윤만 가져가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업무위탁이나 용역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적 가치창출 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고 당당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수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국토부장관상 및 국무총리표창을 받았으며, 일과 학습을 병행한 끝에 고려대 노동대학원 조대엽 원장상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주)에스제이파워 신항철 대표.
우수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국토부장관상 및 국무총리표창을 받았으며, 일과 학습을 병행한 끝에 고려대 노동대학원 조대엽 원장상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주)에스제이파워 신항철 대표.

▼ 인터뷰 / ㈜에스제이파워 신항철 대표 ▼
“근로조건 개선으로 일자리 창출”


㈜에스제이파워 신항철 대표가 가진 생각은 확고하다. 시설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들은 회사발전의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근로 조건만 개선시켜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일자리 나눔사업을 벌여 왔다. 외주용역 업체로서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생각은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 소신이다. 신 대표는 철도청 공무원을 거쳐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하여 노무법인에서 근무해왔다. 노무사로서 기업 인사노무 컨설팅을 비롯해 근로자들을 위한 일과 산재·해고 업무 등을 다뤘다.

신 대표는 지난 경력을 통해 ‘법’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신 대표는 2012년 에스제이파워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의 소신을 기업 경영에 반영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접 부산·경남 지역의 역사를 발로 찾아가 살펴본 것이다. 부산역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청소 장비가 2층으로 옮길 수 없을 만큼 커서 먼지만 쌓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또 장비가 너무 무거워서 고령의 여성 근로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하소연도 들었다. 신 대표는 상경하는 즉시 장비 담당 직원에게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작고 가벼운 장비를 찾으라고 지시하여 각 역의 특성에 맞는 장비를 투입하는 관행을 만들어냈다.

또한 당시만 해도 미화원의 복장이 통일돼 있지 않고 승객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 대표는 “철도역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관계없이 승객들에게는 역 직원으로 인식되지 않겠냐”며 미화원의 처우 개선에 열을 올렸다.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은 미화원의 복장을 지원하여 깔끔한 인상을 주게 하고 휴게실의 사물함과 장비들을 질 좋은 제품으로 바꿔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일이었다. 또한 대기업 CS에 버금가는 교육을 통해 승객들이 길을 물어올 경우 친절하게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신 대표는 “당시 해운대 근처에서 미화 직원 80여 명과 함께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해서 직접 소통하고 스킨십하며 정을 나누었던 점이 우리 회사가 계약 기간에만 관리하고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일부 용역업체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에스제이파워 신항철 대표 이력

주요 학력
·국립철도고등학교 졸업
·건국대 정치대학 학사 수석졸업
·고려대 노동대학원 노사관계학과 석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고위지도자과정 수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최고지도자 수료
·중앙대 안전보건경영자 최고지도자과정 수료
·중소기업중앙회 CEO 과정 수료

주요 경력
·철도청 공무원 ·공인노무사 제5회 시험 합격
·現 삼정노무법인 대표
·現 삼성전자, KT, GS건설, NH투자증권 등 230여 개 기업 자문
·現 서울시 재향군인회 이사
·現 철도고등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現 건국대 총동문회 부회장
·前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위원
·前 (사)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前 대한건축사협회 자문위원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중소벤처기업#기업#에스제이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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