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BJ 생방송중 “나, 간다” 8층서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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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30대, 반려견과 뛰어내려
누리꾼 “누군가 뛰어내려라 조롱”
경찰 “댓글 저장 안돼 확인 불가”

부산에서 인터넷 1인 방송을 진행하던 30대 여성이 생방송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J(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성(性)이나 폭력 등을 소재로 자극적인 방송을 하다 비판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처음이다.

‘BJ다크’라는 예명을 쓰는 A 씨(35)는 5일 오후 2시경 부산 사상구 한 빌라 8층에서 ‘부산에서 밥이나 묵자’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었다. 당시 약 20명이 이 방송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A 씨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술과 도시락을 먹었고 많이 취한 듯했다고 한다.

A 씨는 “방송 힘들어서 못 하겠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고충을 토로하거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담배를 피우며 신세 한탄을 이어갔다. 옷을 수시로 갈아입는 등 불안정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3월 7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잠시 말을 멈춘 A 씨는 “나, 간다”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어 “엄마 없이 어떻게 살겠느냐”며 방에 있던 반려견 2마리 가운데 1마리를 창문 쪽으로 집어 던지고는 나머지 반려견을 안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얼마 뒤 “악” 하는 비명이 들렸다. 인터넷 방송 화면에 A 씨가 투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아래를 지나가던 사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빌라 앞 도로에 피를 흘리며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1시간 만에 숨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당시 시청자였다는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에 “A 씨가 이틀 뒤 자살하겠다는 듯 말하자 누군가 ‘뛰어내려라’라는 댓글을 달며 조롱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경찰이 해당 인터넷 방송사로부터 확보한 2시간 59분 분량의 영상자료에는 생방송 당시 시청자들이 올린 댓글은 저장돼 있지 않아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방송에 접속한 사람들을 상대로 A 씨를 조롱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조롱한 시청자가 있었다면 A 씨가 실제 자살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단순한 말장난이었다면 형사 처벌까지는 무리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5년 전 BJ 활동을 시작한 A 씨는 2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남편과 이혼하고 3개월 전 경남 창원에서 부산으로 이사 온 뒤 혼자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거 A 씨 방송을 보던 일부 누리꾼과 동료 BJ들은 장례비를 모금해 부산 수영구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한 BJ는 A 씨의 장례식장을 자신의 방송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해당 BJ와 A 씨의 전남편은 “추모의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투신하는 장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BJ의 자살이 생중계됨에 따라 그동안 선정성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bj#투신#자살#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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