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바닥에 48개 지열 구멍… 사계절 15도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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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단지 가보니

다음 달 완공되는 서울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 전경. 이곳 공공임대주택 115채는 태양광 패널과 지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이달 말 신혼부부 및 노인 가구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다음 달 완공되는 서울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 전경. 이곳 공공임대주택 115채는 태양광 패널과 지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이달 말 신혼부부 및 노인 가구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바깥 날씨는 쌀쌀해졌는데 집 안에 들어서니 따뜻했다. 가스난방을 켜지는 않았다. 보통 새 주인 입주를 기다리는 빈집은 바깥 온도와 비슷하게 내부 온도도 내려간다. 16일 미리 가본 서울 노원구 하계동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단지는 그렇지 않았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대부분 집과는 다른 세 가지 비밀이 있었다.

에너지제로주택은 노원구가 서울시, 명지대산학협력단, SH공사 도시연구원, KCC건설과 손잡고 2013년부터 국토교통부 R&D공모사업으로 추진한 결과물이다. 최근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주택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건설 전부터 자체 에너지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을 계획해 세운 공동주택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아파트형, 단독주택형, 연립주택형 공공행복주택 115채가 들어서는 이 단지 아파트는 외관부터 다르다. 옥상과 건물 벽면에 검은색 태양광패널이 붙어 있다.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심은 서로 응달을 만들어 태양광을 충분히 받기 어렵다. 하계동은 하늘을 향해 탁 트인 곳이 많아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데 그만이다.

이영준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팀 주무관은 “젊은 맞벌이 부부가 출근한 뒤에도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역(逆)송전해 다른 곳에 파는 전력거래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는 에너지를 팔아 나오는 이윤은 입주민 전기세를 낮춰주는 데 쓰인다. 각 주민이 가구별로 쓰는 모든 전기 비용을 다 댈 수는 없지만 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에 드는 5대 전기는 100%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에너지제로주택 단지 지반 아래로는 구멍 48개가 뚫려 있다. 물이 흘러 다니게 하는 관을 묻어 지열을 이용해 사계절 언제나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한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물은 겨울에는 차갑고 여름엔 뜨겁다. 하지만 지열기술 덕택에 섭씨 15도에서 조금 더 올리거나 내리면 되기 때문에 전기가 덜 들어간다.

아파트 실내 모든 창은 세 겹으로 된 삼중창을 썼다. 홍평락 KCC건설 공무과장은 “실내와 바깥의 온도 차를 줄여야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며 “창문을 자주 열지 않아도 미세먼지 환기는 잘되는 중앙환기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앞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태양열로 누구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도록 쉼터가 마련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창마다 밖에 달린 알루미늄 블라인드다. 여름에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집 전체가 펄펄 끓는 것처럼 열이 올라서다. 창문 옆 버튼을 누르니 소리 없이 블라인드가 밖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아예 햇볕이 닿지 않도록 차단해 집 안을 시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비싼 건축비는 고민이다. 이번 단지 구축에는 국비와 시비를 써서 최첨단 에너지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일반 주택까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기술 개발을 통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주민이 실제 사용할 때 성능과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4년 동안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가구를 뽑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할 계획이다.

에너지제로주택에 입주할 행운을 얻을 사람이 누구인지 26일 발표한다. 경쟁률은 4 대 1이었다. 입주자 대다수는 무주택 신혼부부이며 일부 노인 가구도 입주할 계획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노원구#에너지제로주택단지#지열#가스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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