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가지니’ 음성명령 분석
“사랑해” 등 감성대화가 46% 차지… 음악재생 19%-TV시청 18% 그쳐
“지니야, 나 심심해.”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 드릴게요.” “사랑해∼.” “그런 멋진 고백을 해줘서 감사해요.”
인공지능(AI) 홈비서 기기 사용자가 서서히 늘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명령어는 특별한 목적 없이 본인의 감정상태를 드러내는 ‘감성대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보다는 ‘친구’처럼 AI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KT의 음성인식 AI 홈비서 ‘기가지니’ 이용자의 음성명령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감성대화 명령어가 전체의 46%에 달했다. 음악 재생이 19%, 인터넷TV(IPTV)인 올레tv 시청 관련 명령어가 18%로 뒤를 이었다. 감성대화는 사용자가 “진짜 화난다” “나 예뻐?”와 같은 말을 하면 AI 기기가 그에 알맞은 대답을 하거나 영화나 음악 등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전무)은 “음악이나 TV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핵심 기능이라 생각지 않았던 감성대화가 가장 많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KT 측은 기가지니 사용자의 약 70%가 40대 이하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거나 어린아이를 기르고 있어 신기한 장난감을 대하듯 기계에 말을 거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뚜렷한 목적 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대화는 음성인식 AI 관련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다. AI가 결국 사업에 도움이 되려면 상품이나 콘텐츠 판매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대화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마케팅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영화’나 ‘야식’ 등 큰 틀에서 원하는 것은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명령하지 않을 때 상품을 추천해주는 ‘통합 추천’ 기능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기가지니가 1월 17일 출시된 이후 이용자 데이터가 쌓여가면서 예상과 다른 이용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강 부문장은 “집 전화 사용이 줄고 있어 기가지니와 연동된 인터넷전화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미용실이나 아이를 보는 주부 등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기능을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던 홈카메라(홈캠) 기능은 기대보다는 저조한 편이다.
기가지니의 판매량은 2만 대를 넘어섰다. KT는 기가지니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현재 최대 3주간 밀려 있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라인을 늘릴 계획이다. 강 부문장은 “기능적으로는 말하는 사람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 측면에서는 TV와 연동된 구연동화 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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