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사각 불법 ‘근생 빌라’ 우후죽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자치구, 적발 쉽지 않아 골머리

일반 주택과 똑같은 신축 ’근생 빌라’ 내부.
일반 주택과 똑같은 신축 ’근생 빌라’ 내부.
 올봄 결혼을 앞둔 직장인 한모 씨(35)는 최근 신혼집으로 서울 은평구의 약 65m² 크기 신축 빌라를 전세로 얻었다. 한 씨가 계약을 맺은 해당 빌라 2층은 크기뿐만 아니라 욕실, 주방시설이나 내부 마감재 등이 다른 층과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전세금은 1억6000만 원대로 같은 빌라 다른 층보다 2000만 원 싸다.

 이처럼 가격이 낮은 이유는 이 빌라 2층이 건축물대장에는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인 ‘학원용’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층과 똑같은 구조의 주택 4채로 나뉘어 있다. 한 씨는 “한정된 자금으로 곧 태어날 아기까지 세 가족이 함께 살 만한 크기의 집을 서울에서 구하려면 일반 주택으로는 어렵다”며 “위법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공인중개사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근린생활시설을 일반 주택으로 개조해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이른바 ‘근생 빌라’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근린생활시설이란 각종 소매점이나 식당, 학원, 종교시설 등 주택가에 필요한 편의시설. 바닥 난방이나 주거용 취사시설, 방 안 화장실의 설치가 금지되는 등 주거용도와는 구분된다. 이를 따르지 않고 일반 집과 똑같은 구조를 갖춘 근생 빌라는 모두 불법이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소비자가 근생 빌라를 찾는 이유는 싼 가격 때문이다. 빌라촌이 많은 양천구의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근생 빌라의 경우 매매가나 전세가 모두 10% 이상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며 “집값 비싼 서울 시내에서 이는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한 부동산사무소에서는 근생 빌라 목록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기도 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자금이 변변찮은 젊은층은 먼저 ‘근생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근생 빌라는 건축주 입장에서도 득이 된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다세대주택을 지을 때는 65∼75m²당 1대의 주차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빌라로 치면 한 채당 1대꼴이다.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200m²당 1대인 데다 용적률 계산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주차장 면적으로 높은 층을 올릴 수 있다. 한 빌라 건축주는 “외관상 일반 빌라인데 건축물대장에 상가 시설이 포함된 경우 100% 근생 빌라로 분양하기 위해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일반 주택으로 개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적발될 때다. 자치구는 근린생활시설의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하면 즉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치구는 시세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위반사항이 시정될 때까지 최다 연 2회 부과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주거용으로 분양받거나 임차한 거주자로서는 사실상 더 머물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근생 빌라 주거인은 공동주차장 사용 권한도 없다. 이용 자체가 타인의 재산권 침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관상 개조 여부를 쉽게 알 수 없어 적발이 쉽지 않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사용승인 이후 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서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해야 하지만 실내에까지 들어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건축주는 “적발 시 이행강제금을 5년간 보장해 주겠다”며 매입자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서울시 한 해 건축물 무단 용도변경 적발 건수는 700건(2015년)이 넘지만 대부분 소규모 빌라가 아닌 대형 건축물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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