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달 23일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 이른 아침부터 이곳은 20대 여성 손님 수십 명으로 가득차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번개손으로 인정 받은 대리예매 알바.
#.3 이날 정오에 예정된 영국의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을 대신 예매하기 위해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명당을 찾아온 것이었죠.
#.4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 경력만 9년째인 이예인 씨(25)는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60초 만에 11만 원대 S석 티켓 한 장을 건졌습니다. 순간 동시접속자만 약 55만 명. 2분 만에 2만 2000석이 매진된 예매전쟁에서 거둔 승리였죠. 이씨는 의뢰인에게 티켓을 넘겨주고 성공 보수로 5만 원과 피자 기프트콘을 받았습니다.
#.5 사실 대리예매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아이돌 팬 출신 입니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에서 단련된 번개손 실력을 무기로 해외 가수 공연은 물론이고 뮤지컬 공연, 유명 배우 팬미팅, 심지어 연휴 대중교통 예매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6 티켓 예매 시기가 다가오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대리예매 아르바이트를 찾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죠. 화려한 예매 성공 경력을 인증받아 거래가 성사되면 1만 원 정도의 선금을 받고 작업에 착수합니다.
#.7 거래는 예매가 끝난 뒤 의뢰인이 사례금을 송금하면 대리예매 아르바이트가 티켓 배송지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사례금은 보통 5만원 내외로 좋은 자리에 가까울수록 액수가 올라갑니다.
#.8 이들은 중요한 티켓 예매 때마다 예매 사이트 접속이 빠른 PC방을 수소문해 자리를 잡고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 단계를 수 페이지 뛰어넘을 수 있는 직접 링크를 그들끼리 공유합니다. 동시 접속자가 많아 예매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도 직접링크를 활용하면 접속이 원할하기 때문이죠.
#.9 이미 티켓 예매에 고배를 마셨던 사람들은 대리예매 아르바이트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직접 예매하거나 암표를 사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팬들도 암표 거래를 줄일 수 있어서 바람직하게 여긴다" -유명 가수 공연 티켓 대리예매 의뢰 경험자, 심지은 씨
#.10 반대 의견도 나오긴 합니다. 한 인디밴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유명 가수 콘서트를 넘어 인디밴드 공연까지 대리예매가 성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합니다.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티켓 구매 방식은 아니므로 문제가 있다"
#.11 최근 일본에서는 암표와 대리예매 관행으로 공연 티켓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자 일부 아이돌 공연에서 입장 시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죠.
#.12 대리예매. 문화 소비자들의 구원자라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틈새를 노린 불법 영업이라 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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