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음담패설 그 자체”… “클린턴은 감옥 가게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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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2차 TV토론]악수도 안 나누고 난타전
美언론 “진흙탕 싸움” 비난

 진흙탕 싸움이었다.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와 이번에 끝장을 보려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69)이 9일(현지 시간) 2차 TV토론에서 전례없는 이전투구를 벌였다.

 미 대선 역사상 최악의 말싸움에 언론도 혀를 내둘렀다. “이례적으로 어둡고 거친 공방”(워싱턴포스트), “나쁜 손버릇과 성희롱을 놓고 대단히 지저분한 비난전”(뉴욕타임스), “상대방을 초토화하려는 추악한 토론”(CNN) 등 비난 일색이었다.

 시작부터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지난달 26일 열린 1차 TV토론 때와 달리 클린턴과 트럼프는 토론 시작 직후 악수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음담패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처음엔 사과하면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여성을 존중한다”며 발뺌하느라 급급했다. 그러더니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 희롱 사건을 꺼내며 “미 정치 역사상 여성을 그렇게 학대한 사람은 없었다”고 물귀신 작전을 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미안하다고 말한 뒤 거의 후회하는 빛이 없었다”며 트럼프가 음담패설 논란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어이없다는 듯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여성들을 공격하고 모욕해왔다. 여성들의 얼굴을 거론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민자와 흑인, 히스패닉, 장애인, 전쟁포로, 무슬림도 겨냥했다”며 공격 전선을 넓혔다.

 트럼프는 1차 TV토론에서는 미처 꺼내지 못한 클린턴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개인 e메일 스캔들을 끄집어냈다. 클린턴이 불법적으로 지운 e메일이 3만3000개라는 수치를 몇 차례나 반복하며 클린턴을 괴롭혔다. 트럼프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그가 저지른 일의 5분의 1만 해도 인생이 끝장났을 것이다. 클린턴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증오가 있다. 당신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클린턴이 방어에 나서자 트럼프는 여러 차례 “거짓말쟁이” “악마”라고 소리쳤다.

 트럼프는 1995년 1조 원의 손실을 신고해 연방소득세를 미납한 의혹에 대해선 “탕감받은 것이다. 세법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며 “내가 세법을 악용한다고 클린턴은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상원의원 시절 왜 바꾸지 않았느냐.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월가의) 당신 친구들이 이득을 얻어 당신에게 거액을 주기 때문 아니었느냐”고 역공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신만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클린턴이 발언할 때 트럼프가 뒤에 우두커니 서서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여러 번 잡히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공포 영화 같다” “무섭다”는 말이 빠르게 퍼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트럼프 걸음(The Trump Walk)’이라고 꼬집었다.

 1시간 반 내내 날 선 공방을 벌이던 두 후보는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씩 말해 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처음 웃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자녀들은 능력이 있고 헌신적이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잘 말해준다”고 했고, 트럼프는 “클린턴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하지 않는다. 파이터다. 이 부분을 존중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마지막엔 악수하고 헤어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
#트럼프#음담패설#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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