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항염효과 뛰어난 자색당근

  • 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20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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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당근 농장에서 당근을 뽑아 든 왕희성 씨.
자색당근 농장에서 당근을 뽑아 든 왕희성 씨.
자색당근이른 아침 서울 도심 속 한 공원. 산책 중인 주민들 사이로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부부가 눈에 띈다. 남편 최문섭(75) 씨와 부인 왕희성(70) 씨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뒷산에 올라와요. 오장육부가 건강해지라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죠.”

이들 부부에게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3년 전 어느 날, 왕씨는 식사 후 갑자기 복통을 느꼈다. 심하게 체한 것처럼 속이 쥐어뜯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급체’인 것 같다고 해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큰 병원으로 갔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물어왔다.

“쓸개(담낭)에 돌 있는 거 알고 계세요?”

‘콩알’만한 돌이 癌 키워

그로부터 15년 전,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간 날, 의사는 왕씨에게 담낭에 콩알만한 돌이 있다고 했다. 당시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왕씨는 수술을 거부했다. 그때 의사는 “언젠가 이 돌이 말썽을 부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 결석이 통증의 원인이었다니…. 의사는 여태까지 통증이 없었던 것을 신기해하며 담낭에 염증이 심해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결석을 제거하고 2주 후, 병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담낭의 결석을 제거할 때 한 조직검사에서 암 인자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결과는 담낭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온 가족이 눈물바다가 됐다. 병원에서는 당장 재수술을 권했다. ‘간의 3분의 1을 잘라내야 한다’는 말에 겁이 난 왕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아보자는 자녀들의 뜻에 따라 병원을 옮겼다.

옮긴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되니 경과를 지켜보기를 권했다. 3개월이 지나 검사를 받았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3개월 뒤, 왕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암세포가 림프샘으로 전이되고, 크기도 4cm로 커졌다. 전이된 부위가 설상가상으로 간 동맥과 연결돼 있어 수술도 어려운 상태였다. 가족들은 절망했다. 하지만 왕씨는 오히려 담담했다. 아이들도 전부 출가시켰으니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 씨는 수술 대신 항암치료를 택했다. 오전에서 오후로 이어지는 4시간에 걸친 항암치료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환자 대부분은 치료 도중 구토를 참기 힘들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는 날은 늘 아침식사를 걸렀다. 치료를 마치면 몸은 기진맥진. 그래도 버텨내려면 무엇이든 악착같이 챙겨 먹어야 했다.

자색당근 가루(왼쪽)와 자색당근전을 능숙하게 부치는 남편 최문섭 씨.
자색당근 가루(왼쪽)와 자색당근전을 능숙하게 부치는 남편 최문섭 씨.


하루 5개씩 3년째


6개월 동안 항암치료 17번, 방사선 치료 3번을 견뎌냈다. 4cm이던 종양이 다행히 2.5cm로 줄면서 꺼져가던 삶에 대한 희망도 다시금 피어올랐다.

하지만 고비는 또 찾아왔다. 병원에선 더 이상 처방해줄 약이 없다고 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암 치료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먹어봤지만 그동안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색당근의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년 내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황색 당근과는 달리 자색당근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만 수확할 수 있는 채소다. 따라서 사시사철 꾸준히 먹기가 어렵다. 왕씨는 수확철인 한 달 동안 자색당근을 사서 말려뒀다가 과자처럼 먹기도 하고, 보관하기 쉽게 가루로 만들어 1년 내내 다양한 요리에 활용했다. 그렇게 자색당근을 하루에 보통 5개씩 3년째 먹고 있다는 왕씨.

“자색당근을 먹기 시작한 지 3개월쯤부터 효과를 느꼈어요. 피곤함이 덜해지고 몸도 가뿐해졌어요.”

함께 자색당근을 먹어온 남편 최씨도 건강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2년 전 대장에 용종이 있어서 떼어냈는데, 자색당근을 먹으면서부터 변비도 사라지고 눈이 침침한 것도 사라졌어요. 올해 75세인데 몸 상태가 좋으니 나이보다 젊게 살고 있죠.”

왕씨는 암 치료를 시작한 지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아 완치 판정은 받지 못한 상태다.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받으러 병원에 갈 때마다 마음 한쪽 저 밑에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고 한다.

“보통 재발하면 세상을 떠나더라고요.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을 잘 지켜야죠.”

병원에서는 6개월 전 검사에서 “암 흔적만 남은 상태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했다. 이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색당근’ 전도사가 됐다는 왕씨. 만약 자색당근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도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자색당근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건강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다시 살게 해준 은인이죠.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먹을 거예요.”

● 자색당근의 효능

‘新대동여지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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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당근은 고산지대의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야생종이다. 10세기부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에서 재배돼왔다고 한다. 자색당근에는 일반 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C뿐만 아니라 자색을 띠게 하는 천연색소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자색당근엔 항암·항염증 작용을 하는 시아니딘 계열의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보다 약 2.4배 높게 함유돼 있다. 당근의 비타민A 성분은 활성산소의 체내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무력화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왕희성 씨의 자색당근 건강밥상



■자색당근 주스

자색당근은 껍질에도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해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으며, 일반 당근보다 단맛이 나 주스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일반적으로 당근은 익혀 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색당근 속의 안토시아닌 성분은 날로 먹거나 낮은 온도에서 약하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자색당근전


자색당근으로 주스를 만들고 난 찌꺼기는 또 다른 훌륭한 음식 재료. 즙을 짜내고 난 찌꺼기 역시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므로 전을 부칠 때 함께 넣으면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자색당근 수제비


11월 중순~12월 초까지 제철인 자색당근을 오래 보관하고 먹기 위해서 건조는 필수. 말린 자색당근은 과자처럼 그대로 먹을 수도 있지만, 분말로 만들어 보관하면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에 자색당근 분말을 넣으면 보랏빛의 고운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

■자색당근밥

자색당근을 가장 손쉽게 요리할 방법은 바로 밥이다. 생 자색당근을 썰어 넣는 것만으로도 마치 흑미를 넣은 것처럼 밥 전체에 색깔이 물들게 된다. 당근의 달콤한 맛과 고운 보랏빛이 어우러져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김경민 | 채널A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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