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대표는 아직도 대선불복 미련 남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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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같은 당 강동원 의원의 ‘개표 조작’ 발언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다’면서도 “대법원이 선거무효 소송에 3년 가까이 판결하지 않으니 의혹을 가진 분들은 지금도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의 발언 파문을 차단하러 나온 자리에서 문 대표가 파문을 키운 꼴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대대표는 어제 “대선 결과에 승복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1월 대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대표자는 한영수 전 중앙선관위 노조 위원장이다. “중앙선관위가 전국 252개 개표소와 별도의 전산 프로그램을 설치해 개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같은 주장을 담은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라는 책을 냈다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씨는 2007년 노조 위원장 시절 “전자 개표기를 사용한 지금까지의 모든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하다가 해임됐다. 이런 사람이 제기한 소송이 큰 의미를 가진 것처럼 언급한 문 대표의 판단력이야말로 상식적이지 않다.

문 대표는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직과 당직에서 사퇴시켰지만 출당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는 어제 “강 의원을 너무 선심성으로 꼬리 자르기 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부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왜 해임하지 않느냐”며 엉뚱하게도 여권이 정쟁으로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 스스로 대선 불복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직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대선은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한 것이나 전자 개표 조작설을 언급하는 걸 보면 대선 불복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니 황당한 개표 조작설에 미련을 갖는 문 대표의 정치적 자질과 리더십을 적잖은 국민이 의심하는 것이다.
#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개표 조작#대선 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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