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둘 다 술 취했다”며 무죄 주장했지만…성폭행 결정적 증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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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7일 오후 7시 반 광주 남구의 농촌도로. 봉모 씨(48)가 몰던 승용차에서 김모 씨(당시 44세·여)가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봉 씨가 2,3년 전부터 초등학교 동창생인 김 씨 남편의 사업을 도운 사실을 확인했다. 봉 씨는 친구인 김 씨 남편이 2012년 광주 광산구 한 저수지에서 빠져 숨지자 위로한다며 김 씨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김 씨 사망 직후 경찰은 승용차 감식과 부검을 실시했다. 김 씨의 몸에서 봉 씨의 체액이 검출되고 차량에서는 체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봉 씨의 휴대전화에서 김 씨에게 보내려던 협박성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경찰은 김 씨가 숨지기 5일 전인 같은 달 22일 밤 광주 서구의 호프집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뒤 봉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사건 당일 또 한 차례 성폭행을 우려해 차에서 뛰어내리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가 숨진 데다 직접 증거가 없어 혐의 입증을 고민했다. 봉 씨도 경찰에서 “김 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왜 갑자기 차량 문을 열고 투신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봉 씨는 다만 성관계를 맺을 당시 두 사람 모두 술에 취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검은 지난해 12월 봉 씨를 강간치사, 강간혐의로 기소했지만 올 3월 광주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하면서 강간치사, 준강간 혐의로 강 씨의 공소장을 변경했다. 봉 씨는 1, 2심 재판 내내 “두 사람 모두 술에 취했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광주고법 형사 1부(부장 서경환)는 그러나 봉 씨가 술에 취한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를 인정해 15일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봉 씨를 법정 구속했다. 봉 씨가 성폭행을 부인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술에 취했다’고 한 주장이 ‘준강간’ 혐의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다만 봉 씨가 몰던 차량에서 김 씨를 뛰어내리게 한 혐의(강간치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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