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밀어붙이는 英 캐머런 총리의 ‘소통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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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노동개혁 드라이브]
“정치파업 뿌리뽑겠다” 선언한 날 좌파야당 찾아가 개혁 협조 호소
“빚잔치 그만” 복지축소 명확히 설득

이달 15일 영국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보수당 평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 총회장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49·사진)가 등장하자 의원들이 책상을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 자리에서 복지 개혁, 노동 개혁,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의 영국 국가 개조를 위한 공공 개혁 법안을 설명하고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캐머런 총리가 소속 당 평의원 모임에 참석해 개혁 입법을 설득한 것은 올 5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 벌써 두 번째다. 그가 5월 8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회장을 총리 관저로 초청해 45분간 의회 운영에 대해 논의한 것이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노동 개혁을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면서 캐머런 총리의 노동 개혁 사례를 언급했다. 영국이 추진 중인 노동 개혁이 우리가 갈 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영국 보수당을 이끌고 있는 캐머런 정부의 노동·복지·공공 개혁을 들여다보려면 우선 총리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30년 전 공공 노조의 불법 파업과 맞서 싸웠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특유의 저돌적 카리스마로 개혁 과제를 밀어붙였다면 캐머런 총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7년간 홍보회사에 근무했던 이력을 살려 특유의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영국 개조’를 위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대국민 메시지를 명료하게 할 것을 중시한다. 정부 웹 사이트에 “분명하고, 쉬운 영어로,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글을 올릴 정도이다. 공무원 평가항목에 아예 ‘명확한 소통’ 항목을 신설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복지 축소 예산안을 내놓을 때에는 “그리스처럼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는 쉽고도 간명한 말로 국민에게 자신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캐머런 총리는 여야 의원들과 얼굴을 맞대는(face to face) 스킨십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개혁 법안들이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2기 정부가 보수당 단독 정부여서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펼쳤던 1기 때에 비해 집권당 의석수가 줄어든 점도 스킨십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의석수 부족을 의원들과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노동 개혁 법안을 공개한 15일 야당인 노동당 의원 모임에 들러 정책연설을 하는 등 ‘야당 끌어안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9월에 새 노동당 당수가 선출되기 전까지 해리엇 하먼 당수 대행과 수시로 여야 회담을 하면서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한편 캐머런 정부가 발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1985년 대처 전 총리의 노동법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르면 교통·보건·교육 등 핵심 공공 부문에서는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50% 이상, 득표율 40% 이상을 얻어야만 파업이 인정된다. 또한 파업 2주 전에 미리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고, 파업 대체인력 고용도 허용했다. 노조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안에 대해 노조들은 “사실상 공공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파업을 뿌리 뽑겠다”며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캐머런 총리가 과연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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