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 “그만해!”… “김태호, 저 ××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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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내홍]막말 터져나온 與 최고회의 민낯

김태호 말리는 서청원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하고 나간 뒤 김태호 최고위원(앞줄 가운데)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서청원 최고위원(뒷줄 왼쪽)이 이를 말리고 있다. 유 원내대표(오른쪽)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태호 말리는 서청원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하고 나간 뒤 김태호 최고위원(앞줄 가운데)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서청원 최고위원(뒷줄 왼쪽)이 이를 말리고 있다. 유 원내대표(오른쪽)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둘러싼 당내 분란이 극단적인 모습으로 분출되고 있다.

2일 당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거친 말을 주고받다가 최고위원회의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파행은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모두발언을 하던 공개회의 도중에 벌어져 여권 내홍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제되지 않은 욕설과 막말이 오가며 30분간의 ‘막장 드라마’가 됐다는 혹평이 나온다.

○ 공개회의 중 고성, 욕설 오가

사달은 유 원내대표가 추가경정예산 등 원내 상황을 보고한 직후 이군현 사무총장의 발언 순서에 김태호 최고위원이 불쑥 마이크를 잡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다시 촉구하면서 벌어졌다.

“오늘이 마지막 고언이 되길 바란다.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것 못 봤습니다. 유 원내대표 스스로 ‘나는 콩가루가 아니라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 줄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기된 표정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곧바로 받아쳤다. 원 의장은 사퇴 문제를 놓고 그간 줄곧 말을 아껴 왔다. 준비된 원고에 충실하던 평소와 달리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지 불과 3일밖에 안 됐습니다. 지금 일주일이 됐습니까, 열흘이 됐습니까. 저는 계속 유 원내대표 보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제가 한 말씀 더 드리겠다”고 나서자 김무성 대표도 더는 참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서청원 최고위원과 귓속말을 나누다 김 최고위원 쪽으로 팔을 뻗으며) “그만해!”

▽김태호 최고위원=“아니, 잘못 전달되면 안 됩니다!”

▽김 대표=(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금 회의 끝내겠습니다.”

▽김 최고위원=“대표님! 대표님! 대표님!”

▽김 대표=“회의 끝내.”

▽김 최고위원=“이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김 대표는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남기고 최고위원들과 취재진을 뒤로하고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착잡한 표정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입을 다문 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보다 못한 이인제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 고정하십시오!”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최고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언성을 높이며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이야기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사퇴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라고 소리쳤다.

서 최고위원도 회의실을 빠져나가면서 김 최고위원의 팔을 잡아끌며 “그만해”라고 말렸다.

▽김 최고위원=“이렇게 당을 어렵게 만드는데 사퇴하는 게 뭐가 그리 문제입니까?”

▽김학용 대표비서실장=(김 대표를 따라나서며) “그만해라!”

▽김 최고위원=“사퇴할 이유가 왜 없어.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퇴장)

▽김 비서실장=“김태호 저 개××가….”

김 비서실장은 사석에서 한 살 어린 김 최고위원을 “태호야”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그는 김 최고위원을 향해 “더러운 ××” “병신 ××”라는 욕도 했다. 김 비서실장은 “친구처럼 지낸 김 최고위원의 행동이 지나쳐 혼잣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돌발 해프닝을 말없이 지켜보다 퇴장했다.

○ 돌출 행동에 친박계도 난감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경기 평택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서울역에서 ‘부산 관광 캠페인’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려고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번 발언했으면 됐지 또다시 중복, 삼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후에 예정됐던 토론회 일정도 줄줄이 취소했다.

김 최고위원의 돌출 행보에 친박계도 난감해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숙고할 시간을 달라’고 한 만큼 6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의 행동이 친박계의 입지를 오히려 좁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로 흘러가면서 유 원내대표에게 버틸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 김 대표를 위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고위원직 사퇴 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지도부 사퇴를 할 이유는 없다”며 “당무 거부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내년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부산·경남(PK) 지역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김 대표를 겨냥한 헤게모니 싸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차길호 기자
#새누리당#유승민#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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