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각각 1억 원과 3000만 원을 받은 시점과 장소도 공소장에는 특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사람 모두 증인을 회유하는 과정에 개입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기소 시점을 놓고 검찰이 고심을 거듭하는 걸 보면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리스트 속의 나머지 6명과 성완종 경남그룹 회장 특별사면 의혹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사의 단서가 많지 않아 맥 빠진 분위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2012년 대선자금도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했으나 수사팀은 어디서 수사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향후 수사가 부진하면 수사팀 차원을 넘어 검찰 전체의 수사 역량을 의심받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 성 회장과 2012년 대선 무렵 만난 동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회장이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와 7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은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고 이병기 실장은 성 회장의 애매한 말 외엔 아예 단서조차 없다. 검찰은 이 세 사람에 대해 공개 소환하는 것보다 서면조사 혹은 방문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지 투명하게, 원칙대로 조사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수사팀은 성 회장이 숨진 상태에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기소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야당은 성완종 게이트의 핵심을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친박 실세’이기 때문에 수사가 답보 상태를 보이면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 만에 하나, 다음 정권에서 성완종 리스트의 실상이 드러나는 일은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수사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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