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힐러리의 두 번째 대권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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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자동차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놀랍게도 주유소 사장이 힐러리의 옛 애인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당신 결혼 잘한 줄 알아. 날 만나 영부인이 되었잖아”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대꾸했다. “내가 저 사람(주유소 사장)과 결혼했다면 저이가 대통령 됐을걸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말해주는 미국식 농담이다.

▷힐러리는 내조와 봉사활동을 주로 한 여느 대통령 부인들과는 다른 행적을 그리며 살아왔다. 빌 클린턴이 후보 시절 ‘내게 투표하면 두 몫을 얻어요(Two for one)’라는 선거 캠페인을 벌일 만큼 힐러리는 유명한 변호사였다. 대통령이 되자 그는 힐러리에게 건강보험 개혁까지 맡겼다.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한 오바마케어와 큰 차이 없는 전 국민 보험이지만 당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힐러리는 ‘설친다’는 이미지만 갖게 됐다.

▷힐러리를 살린 것은 르윈스키 스캔들이었다. 속이야 썩어 문드러졌겠지만 힐러리는 남편 곁을 지키며 공화당의 공격을 ‘음모’로 몰아붙였다. 이런 당당한 태도와 국정 경험은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됐다. 정치인으로 성공한 힐러리는 2008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변화”를 외친 오바마 후보에게 밀려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다. 그렇지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그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해 동지로 끌어들인다.

▷그가 12일 두 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야심만만하고 귀족적인 ‘너무 잘난’ 이미지가 패인(敗因)이라고 생각한 듯 이번에는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중산층 지킴이’를 자임하며 겸손하게 등장했다. 8년 전보다 이력과 경륜은 훨씬 화려해졌지만 이젠 너무 높은 명성과 고령(68세)이 부담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이만한 경력을 가진 여성이 나오려면 앞으로 100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힐러리 전 장관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부 대통령이 될지 미국 선거드라마가 흥미진진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힐러리#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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