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뜻인지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취재를 거듭하며 여러 번 곱씹었다.
6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두렵지만 황홀한’전은 회화 작업에 주력하는 20∼40대 젊은 작가 13인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이다.
중간쯤 보다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다시 생각했다. ‘회화, 힘들겠다.’ 》
경험에서 끌어낸 무언가를 이미지로 구상하는 시간을 제외한 물리적 작업시간만 따져도 그림 앞에서 관람객이 머무는 찰나와 비교할 수 없다.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어떤 주체로부터든지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 작가로서는 그 찰나를 최대한 늘리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튀어야’ 하고, 회화로는 확실히 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출입구 옆에는 김민호 씨(40)의 4m 너비 목탄화 두 점이 있다. 캔버스 위에 아교를 바른 뒤 목탄으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이미지가 옛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한 폭은 북한산, 다른 하나는 난지도다. 잡았다 흐리기를 거듭해 형성한 모호하고 흐릿한 윤곽이 역설적으로 또렷한 사실성을 드러낸다.
전시 표제는 2층에 놓인 유한숙 씨(33)의 작품명에서 가져왔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납작붓으로 그린 포스터컬러 그림처럼 만화를 닮은 이미지에 고딕체 스텐실 표어를 붙였다. 다가가서 뜯어읽으면 웃음을 참기 어렵다.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일하기 싫다.’ ‘고민하지 마 안할 거잖아.’ 천장에는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정장 차림 남자의 속내를 매달았다. ‘내가 가정이 있어서 그래, 내가 사정이 있어서 그래, 내가 앉고 싶어서 그래.’ 현실에서 막 퍼내 가져온 장난질이다.
정은영 씨(26)는 유화물감으로 케이크를 만든 뒤 캔버스 위에 내동댕이쳤다. 끈적이며 흘러내릴 듯 두툼하게 쌓인 물감 더미 앞에 정교하게 만든 케이크도 함께 놓았다. 물감으로 만든 김밥 한 줄도 그 곁에 나란히. 웃기면서 어째 서글프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