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씨, 朴경정 보고서 본뒤 ‘정윤회가 미행’ 확신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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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
보고서에 구체적 탐문-인터뷰 담겨… 동향 사찰당한 정황 파악한듯
검찰 서면 조사서 받은 朴회장, 법정싸움 부담… 답변 제출 않을듯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59)가 누군가를 시켜 자신을 미행한 사실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 씨와 박 회장의 측근인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정 씨 동향 문건’을 놓고 서로를 비난하는 ‘막장’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이 관련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박지만, 미행당한 것 확신”


출근하는 박지만 회장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3일 오전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서 내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회장은
 기자의 질문에도 답변을 피한 채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채널A 제공
출근하는 박지만 회장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3일 오전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서 내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회장은 기자의 질문에도 답변을 피한 채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채널A 제공
올해 3월 ‘정 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고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시사저널 보도 이후, 정 씨는 박 회장과 조사를 담당했다는 박모 경정(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보도된 경위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도에 나오는 ‘미행자의 자술서’를 보여 달라고 박 회장에게 요청했는데 이틀 후에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와 박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술서뿐 아니라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 관련 조사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에는 기존에 공개된 정 씨 관련 ‘동향 보고’ 이상으로 구체적인 탐문과 인터뷰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정 씨가 나를 미행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행 관련 보고서에 대해 정 씨는 “그것 때문에 (일련의 사건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내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서 자술서를 쓰게 했다는 기사 내용은 말이 안 된다”며 “아마 당시 박 회장이 정 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지만, 검찰에 답변서 제출 않기로


정 씨는 시사저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의 서면조사서를 받은 박 회장은 답변서 제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답변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보고서 내용까지 첨부한다면 정 씨와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보도 내용은 근거가 없다”며 기자들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돼 박 회장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면 박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통령 동생이 법정에 들락거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박 회장 측은 정 씨에게 이 사건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 전쯤에 박 회장이 비서를 보내 ‘미행 사건 관련 고소를 취소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취소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박 회장이 고심하다 답변서를 내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의 EG 서울사무소에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취재팀의 질문을 피했다. 박 회장의 확신이 사실인지, 아니면 오해인지 ‘미행 의혹’ 역시 여전히 베일에 가린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박 회장이 직접 입을 열어야만 정 씨를 둘러싼 사건의 실체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박지만#비선 실세#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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