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취업 조건 등록금 지원’ 대학생 13%만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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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11>청년이 살고 싶은 나라로 빚에/허덕이는 청춘들
홍보도 매력도 없는 정부 대책… 청년창업 프로그램 200개 넘지만
창업교육 받는 사람은 고작 1.4%

“그게 정말 희망의 사다리가 될까요?”

대학교 3학년인 이상석(가명) 씨는 “그런 장학금이 있다는 건 몰랐다. 있다고 해도 신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덜어주고, 대학생들은 등록금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한다는 일석이조의 취지로 만든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두고 한 얘기다.

희망사다리 장학금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는 대학 3, 4학년 학생들에게 남은 학기의 등록금을 지원한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기간(한 한기를 6개월로 계산)만큼은 중소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실태조사 결과 이 장학금에 대해 알고 있는 대학생은 865명 중 13.1%에 그쳤다. 수도권 대학생(347명) 중 “경우에 따라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한 사람도 19.5%에 그쳤다. 졸업 후에도 계속 구직 상태라면 모를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감안할 때 재학 중에 중소기업 취업을 결심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져 2008년 179만 원이던 평균 월급 차이가 지난해에는 244만 원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어려운 처지의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 각종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실태조사에서 공공기관 청년고용 할당제와 글로벌 스펙초월지원 시스템을 안다고 한 대학생은 각각 15.1%와 2.5%에 그쳤다. 글로벌 스펙초월지원 시스템은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청년창업 지원 제도도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창업을 돕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200개가 넘는다.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창업선도대학도 전국에 15개나 있고 2017년이면 40개까지 늘어난다. 교육부 권고로 창업휴학제를 도입한 대학은 지난해 17곳에서 올해 80곳으로 늘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원하면 연속 4학기까지 휴학할 수 있는 제도다.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 창업교육 기관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또 청년창업가의 절반가량이 교육서비스업으로 진출하는데 이들의 월평균 소득도 6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도 12.3주로 석 달이 채 되지 않아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23)은 “청년창업의 내용을 보면 기업가형이라기보다는 ‘취업이 안 되니 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식의 생계형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는 실패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주는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에 경험 없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청년창업 프로그램#창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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