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사회 만들기 위한 제안… “공평한 법집행으로 不信 없애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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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핀란드, 과속주행 노키아 부사장, 벌금 1억6000만원… ‘봐주기’ 없어

지난해 1월 서울고법 민사4부는 “가수 박진영 씨가 작곡한 노래 ‘섬데이(Someday)’가 작곡가 김신일 씨의 ‘내 남자에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5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통상 1000만 원 내외의 배상액에 그치던 전례에 비해 큰 액수라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표절이나 지식재산권에 대한 세계 기준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영국 록그룹 오아시스는 코카콜라 광고음악을 4초가량 표절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50만 달러(약 5억 원)를 배상해야 했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나라일수록 개인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되 거짓과 편법, 탈법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위스 은행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한 부호가 미 국세청에 예금액의 1.5배나 되는 벌금(약 23억 원)을 내야 했다. 단순히 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억 원의 벌금을 물린 것이 지나쳐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내에선 ‘국민 누구든 법과 절차를 지킨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회 지도층이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면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핀란드에선 2000년 노키아 부사장 안시 반요키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50km 제한 구역에서 75km로 달리다가 1억60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핀란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소득별 차등 범칙금을 부과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간다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1년 29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돈 많고 ‘빽’ 있는 기득권층에 대해 공평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런 현실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조사에서도 반영됐다. 영국의 레가텀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적 자본 국가 순위에서 노르웨이가 1위, 뉴질랜드와 덴마크가 각각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66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신뢰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다 걸리면 당장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불이익을 받아 ‘패가망신’의 지경에 이른다는 의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훈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법질서 확립이 절실하다”며 “또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는 “편법, 불법으로 이득을 얻은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도록 제도나 법을 보완해야 하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고 이를 실천해야 사회 신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박진영#섬데이#김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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