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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청년드림]“혼자만 일 잘하는 것은 필요없어”

입력 2014-08-13 03:00업데이트 2014-08-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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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제약사 릴리 인턴십 통해 본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법’
지난달 1일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 아시아 본부에서 열린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여대생 4명이 김은자 부사장(왼쪽)으로부터 글로벌 기업의 문화와 일처리 방식에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홍콩=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여러분은 단순히 강의를 듣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글로벌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 배우러 온 것입니다. 그냥 듣지만 말고 코멘트를 꼭 하세요. 강의 중간 휴식시간도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와 의견 개진을 위해 이용하세요. 강사는 물론 여기 취재 중인 기자님도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지난달 1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멀리 주룽(九龍) 반도가 보이는 홍콩 섬 북쪽의 한 건물 34층 사무실. 뭐든 활용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여대생 4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섞인 표정이었다.

강채영(이화여대 약대 5학년) 길미현(〃 4학년) 김지윤 (서울대 약대 5학년) 김희연 씨(미국 에모리대 생물학·미술사학과 4학년) 등 네 학생은 여름방학 기간에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 아시아본부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홍콩에 도착했다. 3일 동안 홍콩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한국에 돌아간 뒤 8월 15일까지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일정. 일라이 릴리는 세계 최초로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의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암과 정신병, 심장질환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신약을 선보여 온 세계적인 치료제 전문 제약회사다.

○ “상대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필요”


첫마디부터 학생들을 긴장시킨 이는 릴리 아시아본부의 김은자 부사장. 한국 릴리와 미국 본사를 거쳐 아시아본부에서 근무 중인 김 부사장은 그 자신이 인턴십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이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익힐 것을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했다. 세계를 무대로 일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을 놀라게 했던 의외의 요소는 경쟁이 아닌 협업과 존중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였다. 김 부사장은 “혼자만 일을 잘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스스로 일을 훌륭히 잘해낸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조직 전체로 봤을 때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에겐 의외의 포인트였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주는, 보다 고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 달 반 수행 프로젝트, 실제 업무에 적용

이 인턴십은 릴리가 최초로 시행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한 달 반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 결과는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실제 업무에 적용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이처럼 단순한 업무 체험을 벗어난, 실무 참여 중심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야니 위스트 허이슨 릴리 아시아 총괄사장은 인턴십에 대해 “우리 회사의 사업을 이해하고 흥미 있어 하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찾아보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실무를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윈윈(win-win)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인턴 강의를 위해 도착한 전문가가 소개한 프로젝트 주제는 척 보기에도 만만찮아 보이는 ‘경제성 평가 보고서’ 작성이었다. 이 보고서는 특정 약품의 의료보험 등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특정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 해당 약품을 치료에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용이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각국 정부를 설득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학생들은 홍콩 교육 후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1인당 한 가지 약품을 맡아 보고서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스케줄링과 기획도 본인이 직접 했다. 릴리는 프로젝트의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물론 릴리에서는 기본 자료를 제공하고 세계 각국에 있는 멘토가 1주일에 한 번씩 전화회의를 통해 학생들을 도왔다.

학생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학교 도서관에서 때론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하기도 했다는 강채영 씨는 “외국계 회사에서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험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동료에 대한 매너와 서로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길미현 씨도 “진짜 실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른 학생들로부터 적극적인 태도 등 많은 것을 배웠고,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콩=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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