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손이 7400억… 총 사용액의 25%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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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허덕이는데 해외서 신용카드로 펑펑
1분기 물품구매-현금인출 보니… 6만명이 1인당 1237만원꼴 결제
불법 도박자금 여부 등 조사하기로

해외 카드사용 급증

내수 부진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 1분기(1∼3월)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5000달러(약 535만 원) 이상 결제한 국내 거주자가 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해외에서 돈을 쓴 한국인 중 1%가 채 안 되는 이들이 해외에서 쓴 금액은 전체 해외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4분의 1인 7400억 원이나 됐다.

관세청은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받은 신용카드 해외사용 명세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해외에서 5000달러 이상을 쓴 고액 사용자는 6만70명으로 이들의 지출액은 6억9529만 달러(약 7433억 원)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숙박, 항공, 식당 등 해외 여행객의 필수 지출 항목을 뺀 물품 구매와 현금 인출 금액만 파악한 것이다.

고액 사용자는 1분기 전체 신용카드 해외 사용자 693만4000명의 0.9%였지만 이들의 사용금액은 전체(28억2400만 달러)의 24.6%를 차지했다. 또 고액 사용자의 1인당 평균 사용금액은 1만1575달러(약 1237만 원)로 전체 평균(407달러)의 28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해외에서 5만 달러(약 5100만 원) 이상을 쓴 초고액 사용자는 886명으로 이들은 1인당 평균 9만9853달러(약 1억674만 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지출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부 고소득자의 해외 소비는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가 부진한데도 해외에서 신용카드 고액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해외 관광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당분간 원화 강세로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관당국은 해외에서 사용된 금액의 일부가 불법 도박자금이나 고가의 사치품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탈세혐의가 있는 해외 고액 신용카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필리핀, 마카오, 싱가포르 등 카지노 산업이 활성화된 휴양지에서 고액 신용카드 결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일부 고소득자가 현지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법인카드로 고가의 사치품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으로 바꿔 불법 도박자금으로 활용했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수입업자가 수입금액을 낮춰 신고한 뒤 현지에서 카드로 차액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내수 부진#해외여행#불법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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