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지고 돌싱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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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서 단골 소재 급부상
이혼이 연애만큼 흔해진 세태 반영

이혼은 더이상 감춰야 할 ‘흠’이 아니다. 맛깔 나는 말솜씨로 인기를 얻고 있는 채널A ‘혼자 사는 여자’의 김지연, 김성경, 임지연(왼쪽부터). 채널A 제공
이혼은 더이상 감춰야 할 ‘흠’이 아니다. 맛깔 나는 말솜씨로 인기를 얻고 있는 채널A ‘혼자 사는 여자’의 김지연, 김성경, 임지연(왼쪽부터). 채널A 제공
골드미스 가고 돌싱녀가 왔다.

이혼녀의 삶과 사랑은 요즘 안방극장에서 ‘뜨는’ 소재다. 한동안 30대 노처녀와 연하남의 사랑이 주를 이뤘던 로맨틱 드라마는 30대 이혼녀와 전 남편의 재회에 주목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는 제목부터 ‘돌싱’을 내세웠다. 찌질했던 전 남편(주상욱)이 이혼 후 벤처기업으로 성공해 ‘백마 탄 돌싱남’이 되자 전 부인(이민정)이 그와 다시 잘해보려고 애쓴다는 줄거리. tvN의 주말 드라마 ‘응급남녀’도 6년 전 이혼한 후 원수처럼 지내던 두 사람(송지효 최진혁)이 병원 응급실에서 인턴으로 재회한 뒤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30대 이혼녀라는 점을 빼면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로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앙큼한 돌싱녀’는 백마 탄 왕자님 법칙에 충실하며, ‘응급남녀’ 역시 처음에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가운데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익숙한 설정이다. ‘응급남녀’를 기획한 윤현기 CJ E&M PD는 “그동안 로코에서 이혼은 잘 다루지 않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다”면서 “예전에는 이혼을 어둡고 궁상맞게 그렸지만 요즘은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미혼 여배우들도 배역 맡기를 꺼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돌싱’ 출연자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채널A 토크쇼 ‘혼자 사는 여자’는 미혼여성도 나오지만 중심을 잡는 것은 이혼 경험이 있는 30대 이상 출연자들이다. 돌싱녀 출연자들은 과감한 ‘19금 토크’를 비롯해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에는 일반인 이혼녀 99명이 패널로 출연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이혼이 연애만큼이나 흔해진 세태를 반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여성 1000명당 이혼한 여성은 5명이 넘는다. 이혼을 경험한 여성이 미혼이나 기혼 여성은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혼자녀’를 연출하는 이승연 채널A PD는 “시청자 반응을 보면 이혼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면서 “개인에게 이혼은 아픈 경험일 수 있지만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있기 때문에 기혼자는 물론 미혼여성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다”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혼#혼자 사는 여자#김지연#김성경#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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