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해진 젊은 산모… 미숙아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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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11년 조산율 비교
20대 1.7%P, 30대초반 1.5%P 늘어… 다이어트-직장 스트레스 영향인듯

“손바닥만 하죠? 요즘 작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부쩍 늘고 있어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NICU). 조그만 아기들이 각각의 인큐베이터에서 가쁜 호흡을 하고 있다. 대부분 임신 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세상에 나온 미숙아다. 몸무게가 500g도 안 되는 초미숙아도 보인다. 임신 적령기인 20∼34세 젊은 여성들에게서 미숙아 출산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산(만 35세 이상)의 미숙아 출산은 흔하지만 젊은 여성의 미숙아 출산이 느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령 임산부의 산전 질환 및 출산 결과 동향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5.0%였던 가임기(15∼44세) 여성의 미숙아 평균 출산율은 11년 후인 2011년 6.8%까지 올랐다. 이 중 20대 임신부(20∼29세)의 미숙아 출산율이 2000년 3.3%에서 2011년 5.0%로, 30대 초반도 같은 기간 4.3%에서 5.8%로 증가했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수치상으로 노산 못지않은 비율로 젊은 임신부의 미숙아 출산이 느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미숙아는 폐렴, 뇌수막염 등 각종 질병과 기형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입원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미숙아 1명의 입원비만 평균 436만 원. 출생 후 퇴원까지 보통 20만∼50만 원이 필요한 일반아보다 8∼20배나 높다.

전문가들은 젊은 산모들의 미숙아 출산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산모의 나쁜 건강 상태를 지목한다. 오 교수는 “젊은 산모 가운데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 임신중독증에 빠져서 조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임신 중 다이어트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마른 몸을 선호하는 분위기에서 무작정 굶거나 과한 운동에 나서는 임신부가 많다는 것. 김영주 이화여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다이어트는 빈혈, 당뇨병처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직장 내 스트레스도 문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동식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숙아를 낳은 젊은 엄마들 중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의외로 많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임신 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직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젊은 산모#미숙아#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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