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새로운 축복의 빛이 내려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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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바티칸서 날아온 ‘일요일 밤의 선물’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12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400여 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마지막 미사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새로운 추기경 탄생을 모른 채 미사에 참석했다. 이날 미사 역시 추기경 서임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미사를 마치고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0년째 명동성당을 다니고 있다는 홍성연 씨(48)는 “천주교 신자로서 현직 대주교님이 추기경이 된 것이 너무 영광스럽다”며 “한국 천주교의 교세를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박연숙 씨(57)도 “염 대주교님이 추기경에 올라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세계의 빛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홍순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한국과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라며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강조하는 바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신달자 시인(71)은 “한국에 새로운 축복이 오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추기경이 한 분 더 태어난 것은 우리 가톨릭계에 굉장한 축복이고 잔치”라며 “마음속에 있던 답답한 벽을 허무는 기분이 들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57)도 “순리대로 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염 대주교의 성탄 메시지를 언급하며 새로운 추기경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야서 9장 1절)’라는 메시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어려운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새 추기경 탄생을 축하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오후 한때 ‘염수정’ ‘추기경’은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2, 3위를 기록했다.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에 서임된 염 대주교님께 축하를 보낸다”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고 실천하는 추기경이 되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신부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염 대주교가 사제들의 정치 사회적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일부 누리꾼은 “쫓기는 자 외면하지 마시길”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부정적 댓글이 오르자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추기경 서임은 종교 차원의 순수한 일이다” “보수나 진보에 편향됨이 없고 좌우를 아우르는 교계의 지도자가 되어 달라”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 등의 반박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성모 mo@donga.com·권오혁·민병선 기자
#추기경#염수정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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