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信者에 걸맞은 예우… 교황 방한 앞둔 ‘깜짝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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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한국 ‘세번째 추기경’ 2월 서임

한국의 새 추기경 임명은 500만 신자를 가진 한국 가톨릭의 높아진 위상과 교황 선출권이 있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일각에선 이번에 지명된 염수정 서울 대교구장을 비롯해 김희중 광주 대교구장과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 교구장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가톨릭 내에서는 가장 신자가 많고 수도에 있는 교구라는 점에서 서울 대교구장의 추기경 임명이 ‘순리’에 가깝다는 예측이 많았다.

가톨릭 사정에 밝은 한 중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분들을 후보로 놓고 있지만 염 교구장이 세 번째 추기경이 될 가능성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에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최소한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시기로 봤지만 교황청은 지금을 그 시절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염 추기경은 지난해 전북 지역 일부 신부들의 정권 퇴진 촉구 미사로 촉발된 가톨릭 내부의 정치 참여 논란 당시에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는 신부의 몫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하지만 이는 복음적인 방법에 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교계에서는 교황청이 염 추기경을 지명한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안정과 염 추기경의 행보에 대한 묵시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염 추기경 지명 소식이 발표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최근 “교황청에 교황의 방한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인데 만일 방한이 이뤄진다면 시기는 올 8월이나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추기경 서임 발표가 교황의 방한을 앞둔 일종의 ‘선물’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황은 노령을 감안해 보통 더운 여름과 겨울에는 여행을 삼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출신인 만큼 8월 내한 가능성도 있다.

8월에는 대전 교구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린다. 10월에는 현재 교황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福者·‘성인’의 전 단계)로 추대하는 시복(諡福)식이 예정돼 있다. 교황이 8월에 내한할 경우 124위 시복식을 교황 내한 기간에 맞춰 앞당겨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교황이 방한한 것은 1984년 5월 한국 천주교 200주년과 1989년 10월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로 모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시기였다. 올해 방한이 이뤄지면 25년 만의 교황 방문이 이뤄지는 셈이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권재현 기자
#추기경#염수정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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