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미국 운동권 세대의 어제와 오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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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주연 ‘컴퍼니 유 킵’

1960년대 미국 반전 운동 세대의 현재적 고민이 담긴 ‘컴퍼니 유 킵’. 로버트 레드퍼드의 연출력이 빛난다. 미디어데이 제공
1960년대 미국 반전 운동 세대의 현재적 고민이 담긴 ‘컴퍼니 유 킵’. 로버트 레드퍼드의 연출력이 빛난다. 미디어데이 제공
5일 개봉하는 ‘컴퍼니 유 킵’은 로버트 레드퍼드(77)가 감독, 주연, 제작을 맡은 영화다.

이 작품에서 여심을 무장 해제시키는 젊은 시절 레드퍼드의 살인미소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대신 노장 배우의 노련한 연기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경력의 깊이 있는 연출을 맛볼 수 있다. 레드퍼드는 1981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 데뷔작 ‘보통사람들’을 비롯해 이번까지 9편을 연출했다.

한국에 386세대, 프랑스에 68혁명 세대가 있다면 미국엔 반전운동 세대가 있다. 일상의 소소한 안락 대신 사회 변혁을 고민했던 세대다. 영화는 미국 운동권 세대의 어제와 오늘에 카메라 앵글을 맞춘다.

오랫동안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지명수배를 받던 샤론(수전 서랜던)이 체포된다. 샤론은 1960, 70년대 반전운동 당시 과격 테러로 사람을 죽인 혐의를 받는 인물. 한편 도시 외곽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짐 그랜트(로버트 레드퍼드)를 지역 신문기자 벤 셰퍼드(샤이아 라보프)가 찾아온다. 셰퍼드는 그랜트와 샤론이 공범이라는 사실을 특종 보도한다. 그랜트는 어린 딸을 두고 수배망을 피해 도주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그랜트의 도주 과정과 과거 그랜트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재미가 상당하다. 한때 사회 변혁을 꿈꾸던 사람들이 현재 느끼는 고민도 밀도 있게 담는다. ‘변혁이란 목표를 위해 당시 과격한 수단을 선택했던 것이 옳은 것인가’ ‘현재도 변혁의 꿈은 유효한가’란 반전세대의 내적 질문을 그들의 현재 상황과 절묘하게 엮어 화두로 던진다. 과거 한국의 운동권을 그린 영화들이 무용담이나 좌절의 기억 같은 단선적인 접근에 그친 데 비해 이 영화의 시선은 더 세련됐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명배우 서랜던의 연기가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서랜던은 1982년 ‘템피스트’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데드 맨 워킹’으로 199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흥행 성적과는 무관하게 이 영화를 ‘올해의 아까운 영화’에 주저 없이 추천한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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