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이틀 아침-점심 거르면 살빠진다? 간헐적 단식의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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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후 폭식 안해야 감량 효과 볼 수 있어… 규칙적 식사 안하는 사람에겐 독 될 수도

‘아침을 거르면 살이 빠진다고?’

대학생 김영재 씨(24)는 최근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 혼자 서울에 살면서도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그는 아침을 먹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에 5번 하루 2시간 동안 꾸준히 운동도 했다.

키 175cm에 85.5kg이었던 그는 단식 3주차로 접어들면서 4.5kg을 감량했다. 김 씨는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채식 위주로 두 끼를 해결한다. 두부와 닭가슴살, 고등어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식사 외에 간식으로 미숫가루나 바나나를 먹는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간헐적 단식은 보통 16 대 8과 5 대 2 방식으로 나뉜다. 16 대 8 다이어트는 16시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한 후 나머지 8시간 사이에 식사를 하는 방법이다. 김 씨는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5 대 2 다이어트는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먹고 2일은 아침과 점심을 거르는 방식이다. 간헐적 단식을 소개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다이어트 방법을 지속했을 때 장수 유전자로 불리는 시르투인이 활성화되고 체지방을 비롯해 IGF-1호르몬(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과 혈당 수치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박용우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원장(50)은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한두 끼 굶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장수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또 평소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바쁜 현대인들에게 끼니를 거르는 것에 대한 위안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일부러 적게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간헐적 단식 후 폭식만 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규칙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는 건강한 사람에게 해당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 원장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의 몸 상태는 지방이 부족하다고 몸이 착각하는 상태다. 이때 식사를 거를 경우 몸이 이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해 더욱 지방을 내놓지 않고 살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탄수화물 중독이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의 경우 간헐적 단식 후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 당뇨 환자도 식사를 거르면 위험하다. 또 고른 영양 섭취가 필요한 성장기 청소년이나 가임기 여성, 임신부, 아기에게 젖을 주어야 하는 여성도 간헐적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47)는 “끼니를 거르면 우리 몸이 이에 대해 적응을 한다. 아침을 계속 거르면 그렐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지 않아 점차 공복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몸은 다른 끼니 때 나머지 열량을 섭취하려 하기 때문에 1, 2주가 지나면 (아침을 거르기 전과) 총 섭취 열량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과거 라마단 금식 기간의 신체 변화를 다룬 연구 결과를 보면 단식이 체중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헐적 단식은 유행일 뿐이다”며 “16 대 8이나 5 대 2와 같은 방식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일반인들은 숫자가 들어갔을 때 더 신뢰를 느끼는 것일 뿐 단식의 효과는 기존의 다른 다이어트 방법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나서 다음 날 아침을 먹기까지 이미 12시간의 단식을 하고 있다. 여기서 4시간을 더 참는다고 해서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내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간헐적 단식을 올바로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박 원장은 “16시간 굶는 것보다 8시간 동안 먹는 두 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충분한 영양 섭취를 위해 좋은 음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진욱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간헐적간식#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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