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제민주화 갈등]노동계 vs 재계, 통상임금-휴일근로 등 고용 현안 놓고 대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使 “통상임금 노사정 논의”… 勞 “대법판결 뒤집으려 하나”

노동계와 재계는 오래전부터 최저임금, 파견근로,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도) 등의 현안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 왔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 통상임금 범위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가 새로 불거져 양측은 ‘긴장의 6월’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안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최대 현안인 ‘고용률 70% 달성’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협약에 동참하는 등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도의 고용 유연성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좋지 않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정치권과 노동계가 모두 재계를 공격하고 있어 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현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고용 안정 등이 이슈로 부각된 만큼 이에 걸맞은 결과를 얻어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 “명분도, 실리도 양보 못 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거론한 GM 회장에게 “꼭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재계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반겼다. 반면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을 대통령이 뒤집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분기별로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퇴직금 등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기업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정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재계가 3년간 38조5509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추가 비용이 약 6조7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이 1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일자리 로드맵’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은 더욱 거세졌다. 노동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고,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하려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등은 이를 올해의 주요 ‘투쟁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재계는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 눈앞에 놓인 ‘발등의 불’

최저임금 논란은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올해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경기침체를 감안해 동결을 제안했지만 노동계는 현재 적용되는 최저임금(시급 4860원)보다 21.6% 증가한 5910원을 주장하고 있다. 7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재계의 동결 방침을 확인한 근로자위원들이 “말도 안 된다”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기도 했다.

사용자위원인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노동계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직원들을 내보내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박근혜정부가 합리적인 최저임금 가이드라인 수립을 약속한 마당에 재계가 또 동결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국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하고 고용부 장관은 8월에 이를 고시해야 한다.

현재 노사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타임오프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타임오프는 조합원 수, 즉 기업 규모에 따라 한도가 나뉜다. 노동계는 현재 11구간으로 나뉘어 있는 분류를 6구간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한다. 그만큼 각 사업장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결과적으로 노조 전임자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재계는 17구간으로 세분하자는 의견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일수록 전임자 수가 줄어들 개연성이 높다.

최저임금과 타임오프는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비해 파급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노사관계 전반의 큰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달 총론 차원에서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이 실제 각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바로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개정 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 계획이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에 따르면 2년 이상 파견근로를 한 근로자는 원청업체(파견 근로자를 받은 업체)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됐으나 2007년 원청업체가 해당 근로자를 고용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개정된 바 있다.

현대차 측은 헌법소원에서 “고용은 당사자 간의 자유계약으로, 파견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은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현대차의 헌법소원은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많게는 100만 명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창규·이성호 기자 kyu@donga.com
#노동계#경제민주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