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제민주화 갈등]정부 vs 국회, 경제민주화 법안 힘겨루기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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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甲횡포 처벌 강화 입법 드라이브
공정위 “甲이 죽으면 乙도 피해” 브레이크

국회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나친 면이 있다”며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6월 임시국회의 법안 논의가 시작되면 경제민주화 이슈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힘겨루기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남양유업, CU 사건 등으로 대리점주에 대한 식품, 유통업체 본사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여야 정치권이 이른바 ‘갑(甲)의 횡포’로부터 대리점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쏟아내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 위원장은 12일 한 포럼에 참석해 “어떤 행위를 금지해야 할지 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제재만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규제가 강화돼 비용이 증가하면 대리점주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 면밀한 조사를 먼저 한 뒤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노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권이 여론에 힘입어 내놓고 있는 법안들이 자칫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갑’의 불공정행위가 악의적, 반복적이면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갑을관계’를 규제하고 감독하는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에서도 정치권과 공정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야는 가맹점의 실제 매출액이 본사가 제시한 예상매출액에 못 미치면 본사를 처벌하고, 24시간 영업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공정위는 이 역시 과잉 규제로 보고 시행령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공정위 고위 당국자는 “갑이 살아야 을도 사는 건데 갑을 죽이면 을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예상매출액 산정 근거가 문제없으면 처벌하지 않고, 도심 외곽처럼 인적이 뜸한 곳만 24시간 영업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강화 법안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김상민 의원은 15%까지 허용되던 대기업집단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5%만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비해 같은 당 강석훈 의원은 주식 의결권 행사는 5%만 허용하도록 바꾸되,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해야 할 때에는 이전처럼 금융계열사,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 15%까지 의결권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해 공정위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위험성, 이에 따른 국부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위원장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 안은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데 부담이 크다”며 “강 의원 안이 상대적으로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치권#공정위#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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