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티 “3명 美정착 넉달… 놀랄만큼 학교에 잘 적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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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자유연합 대표 근황 전해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에 앞서 미국에 입국한 탈북 고아 3명은 현재 미국 학교에서 적응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탈출 계획을 도운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사진)는 1일 동아일보에 미국에 정착한 3명의 근황과 사진을 전하며 “미국에 도착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놀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이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현재 거주지나 미국 가정 입양 여부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힐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2년여에 걸친 계획 끝에 태국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힘든 여정이었지만 이들은 구김살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숄티 대표가 지난달 30일 본보에 공개한 탈북 청소년 15명의 사진에 이어 이날 추가로 공개한 사진에는 미국에 안착한 3명의 이름과 나이, 활짝 웃는 얼굴 모습이 담겨 있다. 위쪽에는 ‘자유!(Free!)’라는 단어와 함께 이들이 미국에 도착한 날짜(2013년 2월 8일)가 적혀 있고 아래쪽에는 미국 입국 작전명으로 유명해진 ‘비상하는 독수리 작전(Operation Rising Eagles)’이라고 명시돼 있다. 숄티 대표는 이 사진이 “북한자유연합이 보관 중인 탈북자 미국 성공 입국 사례의 일부“라고 전했다.

숄티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는 이들 3명이 선교사 주모 씨의 도움으로 중국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굶주림과 체포의 공포 속에 거지 생활을 해야 했던 꽃제비들의 힘든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은 중국의 한 안가에서 생활하던 당시에 쓴 글에서 “꽃제비들을 잡아 두는 북한의 구호소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고 매끼 식사로 강냉이 80알만 주는 곳이었다”며 “풀려나면 또 중국으로 갔다가 잡혀서 두들겨 맞고 구호소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3명 중 1명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진행되던 2009년 12월에는 정말 너무 배가 고팠다”며 “중국에서는 잘 먹었지만 공안에게 잡힐까 봐 무서워서 늘 숨어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다른 1명은 다리 밑에서 박스나 비닐봉지를 깔고 자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생활을 했다. 나머지 1명은 북한 당국의 꽃제비 감시가 심해지자 이모 집으로 들어갔으나 이모가 “먹을 것이 없다”며 거리로 쫓아냈다. 40번 넘게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북송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탈북 청소년들이 지낸 중국 안가의 삶 역시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2011년 5월 이들을 방문했던 숄티 대표측 관계자의 당시 일기에 따르면 안가의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아이들은 외부에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뛰거나 소리를 내지 말라는 주의를 항상 받았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면 아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벽장 속, 침대 밑 등 각자가 정해 놓은 곳에 숨는 방법을 연습해 왔던 것이다.

당시 오전 5, 6시쯤 하루를 시작했던 이들의 첫 일과인 기도의 내용은 “하나님, 중국 경찰의 눈을 가려 저희를 보지 못하게 하시고 그들의 귀를 막아 저희 소리를 못 듣게 하소서”였다고 숄티 대표는 일기에 적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이정은 기자 mickey@donga.com
#숄티#강제북송#탈북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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