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의 朴대통령, 김정은에 딱 세마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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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南 개성철수, 전세계가 봤다
② 이제 누가 北에 투자하겠나
③ 국제사회는 한국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명료하다.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뢰와 원칙’은 대북 메시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발언도 간결했다. 요약하면 첫째로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전 세계인이 봤다, 둘째로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당초 참모진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상당히 긴 분량의 모두발언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날은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 근로자들이 모두 철수한 다음 날이어서 박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언론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긴 설명 대신 늘 해 오던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을 전 세계가 보고 있다 △이런 식이면 투자할 나라는 없다는 ‘요점정리형 메시지’는 이날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스티브 샤벗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앞서 24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에서도, 22일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반복적으로 해 온 것이다.

이런 직설 화법은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으로 들어오라는 강한 압박인 동시에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이기도 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려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제3세계 외교사절단을 잇달아 만나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를 만나 “북한도 카자흐스탄의 경험을 귀감 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함으로써 주민의 생활 수준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투라 우 슈웨만 미얀마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는 미얀마의 여러 개혁·개방 정책을 언급한 뒤 “이런 변화가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 것이다.

제3세계로부터 대북 문제와 관련해 확실한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세계가 한국 편’이라는 메시지도 북한에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박 대통령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다른 저의나 꼼수가 없다는 얘기다. “새 정부에서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박 대통령이 점점 고립돼 가는 북한을 어떻게 끌어낼지 주목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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