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989년에는 우투좌타로 등록한 선수가 롯데 김상우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우투좌타가 늘어 이제는 전체 좌타자 99명 중 57.6%(57명)가 우투좌타다.
최근에는 초중고교 시절부터 우투좌타로 성장한 선수도 많다. LG 박용택은 고명초등학교 시절 발이 빠르다는 이유로 최재호 감독(현 신일고)이 왼쪽 타석에 세우기 시작하면서 왼손 타자가 됐다.
야구에서 왼손 타자들은 오른쪽 타자보다 1루에 1m 정도 더 가까운 타석에 선다. 게다가 오른손 타자들은 1루 반대 반향으로 스윙을 하고 나서 몸을 반대로 틀어 1루로 뛰어야 하지만, 왼손 타자들은 스윙 후 자연스럽게 1루로 뛰면 된다. 찰나의 순간에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야구에서 왼손 타자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수비할 때는 반대다. 왼손으로 던지면 포수로 뛸 수 없고, 1루를 제외한 내야 수비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비에서는 오른손으로 던지는 게 출장 기회를 얻는 데 유리하다. 우투좌타는 쉽게 볼 수 있어도 류현진 같은 좌투우타를 보기 힘든 이유다.
체육과학연구원 김광준 박사는 “공을 던질 때는 한 손만 쓰기 때문에 자주 쓰는 손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타격은 두 손을 쓰기 때문에 손을 바꾸는 게 상대적으로 더 쉽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타격 메커니즘을 익히면 오른손잡이도 왼쪽에서 능숙하게 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우투좌타 선수들은 원래 오른손잡이로 타격을 할 때만 왼손잡이가 된다. 하지만 롯데의 좌타자 손아섭은 원래 왼손잡이로 수비할 때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 손아섭은 “중학교 때 화가 나서 왼손을 벽으로 쳐 부상을 당했다. 그때 임시로 오른손으로 공을 던졌는데 하다 보니 오른손이 더 편해 그대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세상에 알린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투좌타는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