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첫 국무회의]MB정부말 낙하산 논란 인사들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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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장 물갈이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공공기관장의 인선과 관련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 공유’라는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됐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당선인 시절 내놨던 ‘낙하산 인사 근절’ 방침과 맞물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진퇴 결정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이 법률에 따라 임면(任免)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는 공공기관 70여 곳에서 약 140개에 이른다.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으나 청와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관기관 자리도 3000여 개나 된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공공기관 인사는 전문성이 제1원칙이다” “낙하산 인사는 국민과 다음 정부에 부담을 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서도 “공공기관 인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겠다”며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임명권자의 간섭을 배제하고 임원의 자격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방침에 이어 박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에 적합한 인물을 공공기관에 등용하겠다는 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전 정부에서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공공기관장은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말기에 공공기관 임원 등으로 대거 자리를 옮긴 청와대 참모와 관료, 경찰 출신 인사들이 ‘인사태풍’의 주된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는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임기 말의 ‘함량 미달 낙하산’만 걸러내겠다는 뜻일 뿐 일괄 사표까지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금융권에서는 ‘MB(이명박)맨’으로 불리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입지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 금융회사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법적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역대로 회장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많이 작용해 왔다.

한편 이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 문화예술계 산하 단체장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실력이 있으면 이전 정부 사람이라도 임기를 채울 것이고 공석이나 임기가 끝난 자리는 가장 실력이 좋은 적임자를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계 단체장 인선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초기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을 대거 교체해 논란이 됐다.

유재동·김윤종 기자 jarrett@donga.com
#박근혜#공공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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