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2002~2011 국민건강]<上>중증질환, 부자가 더 많이 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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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중증질환, 부자가 더 많이 걸린다
전립샘암 환자, 서울 서초구가 중랑구의 2.5배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상당수는 동맥경화에 시달렸다. 생전에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전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자 심장이 나빠져서다.

당시 미군 장병은 대부분 20, 30대 젊은이였지만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으로 혈관에 기름이 가득 끼어 있었다. 한국군 중 동맥경화를 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의 한국인은 60여 년 전의 미군과 비슷한 상황이다. 적어도 질병을 놓고 보면 그렇다.

○ 서구형인 유방암 대장암이 2배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심장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7만5882명이다. 2002년(72만8092명)에 비해 50% 증가했다.

뇌혈관 질환(49만463명→96만2362명)과 암(50만9978명→104만2730명) 역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중증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서구형 식습관 및 달라진 생활상이 중증 질환 발생률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화사회가 진행되면서 질환을 앓는 인구의 층 역시 두꺼워졌다. 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을 통해 질환을 발견하고 진료 받는 사례 역시 늘었다.

암은 종류별로 증감 추이가 뚜렷하게 갈린다. 2002년과 2011년의 진료 통계를 비교했더니 전국 10만 명당 환자가 갑상샘암은 6.8배, 전립샘암(전립선암)은 3.4배, 유방암은 2.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대장암은 2.2배, 직장암은 1.9배가 됐다. 위암과 방광암도 60% 이상 늘었다. 그 대신 간암과 폐암은 약간 늘었다. 자궁암은 비슷하고 난소암은 약간 줄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본부장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고칼로리 식습관은 대장암과 유방암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이 늘고 위암과 자궁암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위암은 짜게 먹는 습관과, 자궁암은 위생 상태와 연관이 있다. 김탁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암의 경우 여성 암 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한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체 암 환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고령화의 영향이다. 서 본부장은 “암은 노인에게서 많이 생기는 병이라 노인 인구가 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도시 규모 따라 환자 유형 달라

지역에 따라 암 환자가 차이 나는 이유 역시 소득수준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역은 서구식 생활을 하고, 이런 특성이 질병에 반영된다는 얘기다.

이번 분석에서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7가지 암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전립샘암으로 나타났다. 갑상샘암은 환자 수가 가장 많지만 완치율이 90% 이상이라 분석에서 제외했다.

10만 명당 환자를 시도별로 검토했더니 서울은 유방암(280명) 전립샘암(252명) 대장암(184명) 자궁암(128명)이 가장 많았다. 서울에 이어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곳은 대전(236명) 경기(235명) 인천(222명) 대구(220명) 부산(218명) 순으로 나타났다. 대도시(광역시)의 순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남은 간암(194명)과 폐암(186명), 충남은 위암(351명)이 가장 많았다. 간암 폐암 위암 발생률은 대도시(서울 및 광역시)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울을 예로 들어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전립샘암과 유방암 같은 선진국형 질병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같은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 많이 발생했다.

전립샘암은 서초구의 환자가 10만 명당 444명으로 1위였다. 서울 평균(252명)의 2배 가깝다.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 종로구도 300명 이상이었다. 서초구의 수치는 전립샘암 환자가 가장 적은 중랑구(184명)의 2.5배를 넘는다. 유방암 환자 역시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종로구 순으로 많았다.

반면 대표적인 개발도상국형(전염성) 질병인 자궁암은 중구(156명) 용산구(154명) 강북구(152명) 중랑구(151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는 자궁암 발생 순서에서 10위 안에 한 곳도 들어가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한웅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비뇨기과)는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일수록 검진을 잘해서 초기 암을 더 많이 발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립샘암과 갑상샘암은 검진을 얼마나 자주 받느냐에 따라 발생률이 달라진다.

서 본부장은 “갑상샘암을 일본과 비교하면 인구당 사망률은 비슷한데 발생률은 한국이 훨씬 높다”며 조기검진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건강#중증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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