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골간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대야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핵심 쟁점이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직결된 만큼 야당이 대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서서히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중 방송 광고, 인터넷(IP)TV, 뉴미디어의 인허가 업무를 미래부로 옮기려는 정부안을 놓고 26일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만 결단하면 오늘이라도 모든 문제가 풀린다” “박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풀기만 하면 몇 가지 문제는 ‘원샷’으로 해결된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골치 아픈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야당을 설득할 묘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근혜 노믹스’의 핵심인 미래부를 제대로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여야 협상을 지켜봐야겠지만 필요하면 청와대가 야당의 주장을 들어보려 한다. 준비는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권은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정무 투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데다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허 실장과 이 수석이 물밑에서 야당을 접촉하기 위한 계기를 찾고 있다. 야당도 여당 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정무라인은 5년 전 이명박 정부 1기 청와대 정무라인에 비해서는 야당과의 대화가 잘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5년 전에는 류우익(대통령실장)-박재완(정무수석) 등 ‘정책 참모’가 정무라인에 포진하면서 임기 초 대야 불통 논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1997년 정치 입문 후 줄곧 야당의 처지에서 정치를 해온 만큼 당분간 대야 정치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줄곧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해왔다. 정치적 투쟁에 주력해오다 보니 상대편에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베푸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박 대통령이 조만간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대해 모종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미래부 문제만큼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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