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또 입시비리… 올해 감독 5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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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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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 前고대감독 1억 받아… 정진호 연세대 감독도 영장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 종목인 야구가 ‘체육특기생 입시비리’로 얼룩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아마추어 체육의 메카인 명문 사학까지 비리에 연루됐다. 체육계에서는 학원 스포츠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황의수)는 연세대 야구감독 정진호 씨(56)에 대해 13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11년 학부모 한 명으로부터 “아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또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양승호 씨(52)를 13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양 씨는 2009년 고려대 야구감독 재임 시절 체육특기생 입학을 원하는 고3 학부모 한 명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감독의 비리는 인천지검이 사학 체육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부모가 제보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외에 올 9월부터 최근까지 체육특기생 비리와 관련해 대학 야구감독과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고교 야구감독, 브로커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학부모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입학을 도와준 한양대 경희대 동국대 동아대 등 4개 대학 야구감독 4명도 구속 기소됐다. 이 가운데는 프로야구 선수와 감독을 지낸 한양대 천보성 전 감독(구속 수감)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학체육계에는 지방대 3000만 원, 서울 소재 대학 5000만∼6000만 원, 고려대와 연세대 1억 원 안팎으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학원스포츠의 스카우트 관련 비리는 지도자 개인의 자질 문제를 떠나 구조적으로 근절되기 어렵다는 게 체육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2000년부터 사전 스카우트가 금지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전까지 대학 운동부는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비용을 공공연하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가 스카우트 비용을 줄 수 없게 되자 우수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감독이 음성적으로 마련해야 했다. 우수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지불한 스카우트 비용을 메우기 위해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대부분 종목의 중학교 졸업 선수가 고교 입학 정원보다 많고, 고교 졸업 선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많은 것도 근본적인 문제다. 한 고교 야구감독은 “누구는 받고 누구는 떨어뜨려야 하는데 실력이 월등하지 않다면 선발기준은 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독이 전권을 쥐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학 감독은 입학 전형에서 특정 고교 선수를 학교에 추천하고, 추천받은 선수만 실기 시험을 거쳐 뽑는다. 한 아마추어 심판은 “돈을 받지 않은 감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다만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스카우트 비용을 주든가 기부 입학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비리가 근절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이승건 기자 run-juno@donga.com
#대학야구#입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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