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18>시래기… 햇살과 바람이 만든, 구수한 고향의 맛

동아일보 입력 2012-11-16 03:00수정 2012-11-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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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주산지로 부상한 강원 양구군 해안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시래기를 건조하고 있다. 가을부터 건조 과정을 거친 해안면 시래기는 지역 특산품으로 전국에 배달돼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양구군 제공
초가집 처마 끝/축축 늘어진 파란 발 되어/찬바람에 불사른 정열/짙어가는 겨울 식탁 위/갖은 맛과 향으로 환생한/살신성인 기특했는데/오늘도 어느 노모의/간절한 열망 싣고/햇살과 바람 벗 삼아/찬미의 그날 위해/도심의 아파트 난간에서/무시래기는 온몸 태우고 있다. (강명미 시인의 시 ‘무시래기의 꿈’ 중에서)

가을바람이 불면 도심과 시골 가릴 것 없이 마당 곳곳에는 무청이 내걸린다. 무청을 말려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무청은 보통 가을부터 건조에 들어간다. 2개월간 잘 말려 완성되면 초겨울부터 제철 시래기를 맛볼 수 있다. 시래기는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지만 최근 강원 양구군과 홍천군 지역에서 대량 생산하고 시래기축제를 열면서 주산지를 자처하고 있다.

24, 25일 ‘펀치볼시래기축제’를 여는 양구군 해안면에서는 마무리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펀치볼은 양구군의 분지로 6·25전쟁 격전지다. 해안면에서는 60여 가구 주민들이 작목반을 만들어 시래기무를 재배하고 무청을 건조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100만 m²(약 30만 평)에서 시래기무가 생산돼 20만여 t의 시래기를 만들었다. 홍천군에서도 친환경무청 농업인 연구회를 만들어 여름철 찰옥수수를 수확한 농지에 후작형으로 무청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박동화 해안면 산업담당은 “양구는 일교차가 커 시래기 생산의 최적지”라며 “시래기의 특산품화로 지역을 알리고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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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는 쓰레기와 발음이 비슷해 왠지 하찮은 음식으로 여겨졌다. 사실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허기를 면하기 위해 찾던 음식에 불과했다. 그러던 시래기가 몸에 좋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위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일반 무를 재배해 나오는 무청을 시래기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시래기용 전용 무가 재배될 정도다. 시래기용 무는 일반 무에 비해 잎이 무성하고 거친 맛이 적다. 그 대신 무는 크기가 작은 데다 맛도 떨어져 대량 재배하는 곳에서는 그냥 버린다. 무청의 위상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래기는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은 데다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칼슘도 풍부하다. 특히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 탁월하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시래기에 있는 베타카로틴과 클로로필 성분은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래기는 무쳐 먹어도 맛있지만 시래기밥이나 국으로 먹으면 구수하고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각종 생선 조림이나 감자탕 등에 넣으면 구수한 맛과 감칠맛을 더해 조미료가 필요 없게 만든다.

경기 양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재선 씨(53)는 2년 전 시래기밥 메뉴를 개발해 내놓았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랐다. 박 씨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구수한 시래기밥이 생각나 메뉴를 만들었는데 의외로 많은 손님에게 인기가 높다”며 “특히 변비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져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 취재기자의 말 ::

취재에 나선 지난 주말 재래시장에서 내장전골에 가득 담긴 시래기를 입에 넣었습니다. 오물오물 오래 씹을수록 구수했고 나중에는 살짝 달짝지근한 맛도 났습니다. 조연급 재료지만 맛 하나는 주재료를 능가하네요!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제철음식#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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