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3개월만에 또 흉기 괴한… 당일 순찰도 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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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던 30대 女탐방객 “3만원 내놓자 그냥 사라져”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홀로 걷는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경찰은 올여름 피살 사건 발생 직후 올레 코스에 대해 다양한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사건 당일에는 순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오후 2시 반경 올레 14-1코스인 제주시 한경면 청수곶자왈 지역을 혼자서 걷던 A 씨(34·여·서울)가 흉기를 든 괴한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갑자기 숲에서 나타난 20대 괴한이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A 씨가 3만1000원이 든 지갑을 보이자 괴한은 “그것밖에 없느냐. 앞으로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말한 뒤 돈도 가져가지 않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A 씨는 괴한이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방향으로 사라지자 곧바로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휴가차 23일 제주에 왔으며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30일 귀경했다.

A 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괴한의 인상착의는 20대 중반, 키 175cm의 보통 체격으로 등산복에 검정 재킷을 착용했다. 파란색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경찰은 현장 인근 탐문조사와 함께 주변 도로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괴한이 돈을 빼앗지 않은 점으로 미뤄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제주올레 코스에서 열리는 ‘2012 제주올레 걷기 축제’에 흠집을 내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7월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안전대책으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고 현장 영상도 찍히는 ‘원터치 SOS’ 단말기를 제주공항과 항만 등에서 지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여 건수는 190건에 불과하다. A 씨도 단말기를 대여하지 않았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올레길#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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