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권문제 ‘뜨거운 감자’ 받아 든 외교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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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가혹행위 진술 듣고도 “사실 관계 확인이 우선” 신중
“외교부 대응 안일” 비판 일어

외교통상부는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2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가혹행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에 대해 내심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한중 외교의 ‘뜨거운 감자’인 중국 인권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김 씨가 6월 11일 이뤄진 2차 영사접견에서 가혹행위에 대해 진술한 다음 날 바로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사실일 경우 엄중히 항의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김 씨가 귀국한 뒤인 23일에도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를 불러 가혹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재요청했다고 설명하며 나름대로 ‘외교적 조치’를 취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측에 항의했느냐” “유감 표명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 씨 진술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겠다. (김 씨의 주장에 대한) 중국 측 생각도 다를 것”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달 첫 번째 진상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고, 김 씨의 구체적인 진술을 바탕으로 한 두 번째 확인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당국자는 가혹행위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 달 넘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 증거를 얻지 못했고 석방 문제도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향후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을 어렵게 설득해 김 씨를 석방시킨 직후 비난의 화살이 다시 중국을 향하는 상황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김 씨가 이미 석방됐는데 무슨 외교적 대응을 더 할 게 있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외교부의 대응을 놓고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고 있는 만큼 더욱 엄중히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중국이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기존의 답변을 반복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외교부#중국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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