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6개월 앞으로]안철수 ‘말은 고민중-발은 접촉중’…자전 에세이가 출마선언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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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서 발빠른 준비

“백조라고 보면 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가까운 한 야권 인사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이같이 표현했다. 겉으로는 우아하게 수면을 미끄러지면서도 물밑에선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백조처럼 공식적으론 아직 출마 결정을 못했다면서도 실제로는 대선을 전제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출마를 전제로 크게 두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다음 달 출간을 목표로 한 자전 에세이 정리와 각 분야 전문가 집중 접촉이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동안 만난 전문가 중 대선과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을 간추려 잇달아 만난다는 것. 전·현직 의원 영입 시도도 포착되고 있다.

○ 자전 에세이가 곧 출마선언문 될 듯


이번 주 기말고사를 끝으로 서울대 1학기 일정을 마치는 안 원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 에세이 퇴고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청춘콘서트 강연을 압축하려 했으나 최근 정치 사회 상황에 대한 본인 생각을 추가하기 위해 이미 써놨던 원고의 상당 부분을 고치고 있다. 안 원장은 탈고하는 대로 참모들과 독회를 하고 제목을 정해 출판사에 넘길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중요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기 좋아하는 안 원장 스타일상 에세이 출간 자체가 출마 선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손정의 등 전문가 연쇄 회동

안 원장은 3월 은밀하게 일본으로 출국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고 최근에도 정보기술(IT)산업과 사회공헌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안 원장 측은 “두 사람이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IT 전문가끼리의 만남을 넘어 안 원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 기반 선거조직을 구상 중인 만큼 대선 관련 아이디어가 오갔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손 회장은 7일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만나서도 IT산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안 원장이 문정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을 꾸준히 접촉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연초에 자택으로 찾아가 만난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는 최근 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1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에서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를 만났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멘토단에 참여했던 금 변호사는 트위터에 “안 원장님과의 점심, 늘 그렇듯이 많이 배우고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 즐거움이나 재미로만 끝날 일은 아니지…”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 전현희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 집중 접촉 중

정치권 인사들은 주로 강인철 변호사,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 안 원장 핵심 측근들이 접촉하는 편이다. 얼마 전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은 안 원장 측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 전 의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코멘트”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안 원장이 4·11총선 때 공개 지지한 인재근 송호창 의원이나 박선숙 전 의원 등을 잠재적 지지그룹 범주에 넣기도 한다.

안 원장과 정치권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 영입에 대해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충분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재단 이사장인 박영숙 전 의원도 “재단 일만 관여한다”고 하지만 여야 전·현직 의원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정치권을 접촉할 때에는 복수의 ‘메신저’를 통하는 경우가 많아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핵심 측근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5일 ‘몇 개 채널로 안 원장 측과 이야기해봤지만 아직 논의가 성숙돼 있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채널이 누구인지 우리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확인해 보니 이 대표의 의견이 안 원장 측에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안철수#자전 에세이#출마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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