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6개월 앞으로]박근혜 ‘15년전 DJ’가 벤치마킹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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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기반확대 해법 고심
① 경선 완승 피해 ‘私黨’ 불식 ② 조기 본선구도로 기선 제압
③ 반대파 포용 지역한계 극복

새누리당 주변에선 최근 여야 대선 주자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대선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15년 전 DJ가 처했던 상황이 지금 박 전 위원장의 처지와 비슷한 만큼 당시 DJ의 대선 전략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박 전 위원장은 당내 경선의 승리보다는 어떻게 경선을 잘 ‘관리’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친박(친박근혜)계 일색의 당 구조만 보면 경선 승리가 어렵지 않은 듯하지만, 경선 룰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는 비박(비박근혜)계 후보들의 반발이 경선 거부와 탈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형식적 경선’ ‘1인 독재 정당’이라는 외부의 비판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DJ는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의 총재와 대선후보를 겸하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5·19전당대회를 압둔 DJ 진영의 최대 고민은 ‘경선에서 어느 정도 차이로 이겨야 하느냐’였다. 당시 DJ의 참모였던 장성민 전 의원에 따르면 “경선에서 너무 표차가 적으면 DJ의 본선 경쟁력이 의심받고 너무 일방적으로 이겨도 (국민회의가) DJ의 사당(私黨),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된다”는 것이었다. DJ 진영은 경선에서 3 대 1 정도로 이기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 실제 경선에서 DJ는 77.5%를 득표해 21.8%를 얻은 정대철 전 의원을 눌러 당초 계획에 근접한 비율로 승리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보다 두 달 먼저 후보로 확정된 DJ는 일찌감치 본격적인 본선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새누리당 비박 후보 진영은 “야권은 최대한 후보 확정을 늦추는데, 왜 우리만 먼저 후보를 결정해야 하느냐”며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친박 핵심 관계자는 “DJ의 경우를 봐도 유력 주자가 있는 쪽에서는 조기 본선 구도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물론 2002년 대선에서 대세론을 앞세워 손쉽게 한나라당 후보가 됐던 이회창 전 총재가 본선에서 패배한 것은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과거다.

DJ는 당내 경선이 흥행에 성공한다고 반드시 본선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당시 신한국당은 대선 1년 전부터 ‘9룡’이라고 불린 9명의 주자가 경쟁해 결국 6명이 최종 경선에 참여했다. 경선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젊은 후보’로 불린 당시 이인제 경기지사의 돌풍과 2위권 후보들의 막판 연대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본선에서는 패배했다.

DJ는 호남이라는 지역적 지지기반에 갇히고 이전의 세 차례 대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수층의 비토로 대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보수성향 인사 영입과 보수적인 정책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은 이런 노력의 완결판이었다.

영남 중심의 지지기반이 있지만 역시 지지세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은 민생·복지에 집중하는 ‘좌클릭’ 정책으로 총선에서 성과를 거뒀다. 15년 전 DJ와는 반대편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에게는 DJP 같은 연대를 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 오히려 현재의 야권이 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을 추격하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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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박근혜#경선#김대중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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