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미국 e스포츠 대회의 뜨거운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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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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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에 가본 적이 있어요. 한국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정이 많아요. 진해 벚꽃 축제에도 갔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갈색 눈에 노란 머리인 미국 청년. 그런데 그의 입에서는 한국어가 유창하게 나왔다.

그는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POP 팬이 아니다. 한국의 e스포츠 선수들이 좋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 마케도니아계 미국인 고첸 얌첸스키(25)씨이다.

얌첸스키 씨는 한국 e스포츠 초창기부터 임요환의 골수팬이었고 이를 계기로 8년 전부터 한국 문화에 심취했다. 그에게는 한국인 친구들이 지어준 조인호(祚人好)라는 한국이름까지 있다.

8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e스포츠 대회 ‘MLG(메이저리그 게이밍) 스피링 챔피언십’에서 만난 얌첸스키는 티켓팅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의 소원은 나중에 한국 e스포츠계에서 일하는 것이다.

◆ 한국 e스포츠 선수 사인 받기 위해 300m 장사진

MLG 경기장에는 얌첸스키씨처럼 한국 e스포츠에 열광하는 미국 젊은이들이 많았다.

경기장에는 이영호, 김택용, 이제동, 송병구 등 한국e스포츠 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2’ 경기를 보기 위해 온 이들이 많았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은 9일 ‘스타크래프트2’로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프로리그’에서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를 병행하다 보니 아직 실력은 ‘스타크래프트2’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대회 개막일인 8일 오후 각 경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소개되자 우레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9일 오후 5시, MGL 경기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줄이 300m나 길게 늘어섰다. 얌첸스키씨도 한국어로 ‘고수’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궁금해서 다가 보니 눈에 익은 이들이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었다. 그 주인공들은 저녁 이벤트 경기를 앞둔 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이었다. 팬들은 키보드와 마우스, 마우스 패드 등 게임에 걸맞은 소품을 준비해 선수들의 사인을 받고 사진 촬영도 했다.

◆ K-POP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한국어 치어플까지 등장

9일 저녁 9시 드디어 본 이벤트 경기가 시작됐다. 좌석은 더 이상 앉을 곳 없이 만원이었고 주변에도 관중들이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은 2000명이 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경기를 볼 때는 내내 앉아서 환호하던 관중들이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등장에 모두 일어서서 선수들의 인사 한마디에 환호성으로 답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선수들의 닉네임을 한국어로 쓴 치어플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도 열광했다. 캐나다에서 온 제니퍼 블랭켄십(26)씨는 “예상대로 이제동과 김택용은 매우 잘 생기고 섹시하다. 이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하고 최고가 돼 해외 대회에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매우 놀란 눈치였다. 삼성전자 칸의 송병구 선수는 “시차때문에 졸렸는데 사인회 때 의외의 반응에 잠이 확 깼다. 2007년 미국에 왔었는데 그 때보다 반응이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 대회에서는 KT롤스터의 이영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애너하임(미국)|스포츠동아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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