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그리스 쇼크’] 獨-佛 정상 “그리스, 유로존에 남아야” 한목소리 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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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유로존 성장정책 펴야”… 메르켈, 무조건적 성장엔 반대
첫 만남서 ‘위기 해법’ 신경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총론에는 한마음, 성장정책 각론은 딴 마음.’

15일 취임식 직후 베를린으로 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로존 위기의 해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회동은 한 시간 남짓 이뤄졌고 외견상 올랑드 대통령의 판정승 모양새가 됐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퇴출 논란을 부르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며 “그리스에 성장을 독려하기 위한 제안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이 그리스의 성장과 경제 활동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리스는 성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그리스 지원 대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겨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성장 지원’이라는 당근까지 나온 것은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그리스 살리기는 독일보다 프랑스가 더 급한 상황이다. 그리스에 가장 많은 돈이 물려 있는 나라이기 때문. ‘유로존 퇴출 용인’ 같은 채찍을 배제한 이날 언급은 내달 17일 열릴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 요청으로 해석됐다.

반면 두 정상이 힘겨루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EU 신재정협약 수정 문제에서는 기자회견에서도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공세는 올랑드 대통령이 주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로존 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긴축에서 성장으로 바꾸길 원한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유로존 성장을 위한 모든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나는 유세기간에 강조한 것처럼 오늘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반복하겠다. 성장정책을 포함하기 위해 그동안 합의된 것을 (23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재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못박았다. 또 “유로본드 발행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유로존의 단일 채권을 의미하는 유로본드는 독일이 마지노선처럼 “절대 안 된다”고 지킨 금기사항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이 유로존 위기 극복과 관련해 양국의 “균형 있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주문한 것도 독일의 ‘일방주의’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의 성장을 위한 방법론에서 올랑드 대통령과 확실히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이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을 배려하는 태도였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유럽의 발전을 위해 두 나라가 가진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정신 속에 개별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무조건적인 성장주의는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언론들은 해석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포옹도, 키스도 없었으며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다고 언론은 전한다. 르몽드지는 “두 사람이 그리스 사태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성장 문제에는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리스#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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