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6% “복지예산 10조 이상 늘리면 재정감당 어렵다”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세 재정-복지 분야 50명 여야 공약 평가

동아일보가 복지전문가와 조세·재정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세·재정·복지 현안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복지 수준이 현재보다는 높아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과도한 복지공약과 무리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취약계층의 자력갱생을 위한 복지대책이라기보다 표심을 노린 ‘졸속 공약’임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 ‘병사 월급 인상’은 무모한 공약


복지전문가 25명은 가장 무모한 공약으로 새누리당의 ‘병사 월급 인상’과 고졸 취업준비생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구직 촉진 수당’을 꼽았다.

병사 월급의 단계적 인상은 현재 9만 원인 병사 월급을 40만 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으로 18명(72%)이 과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5만 병사의 월급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1조7000억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차상위계층 지원 예산(약 1600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차상위계층 등 해소해야 할 복지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병사 월급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공약 중 금형이나 도금 등 기피산업의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뿌리장학금’ 공약에 대해선 17명(68%), ‘스펙제로 멘토취업지원센터’에 대해서는 15명(60%)이 각각 지나치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년 공기업 신입사원 중 10%를 학력 등 ‘스펙’을 감안하지 않고 뽑은 멘토취업센터 수료생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스펙제로 멘토취업지원센터’는 지나치게 급진적인 공약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민주통합당의 공약 중에는 취업준비생에게 4년간 월 25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지원하는 ‘고용 촉진 수당’에 대해 16명(64%)이 ‘과도하거나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취업준비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취업 의욕을 낮추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고용 미스매치’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대 시 총 630만 원을 지원하는 ‘군복무자 사회복귀지원금’도 14명(56%)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일자리를 얻어 수급자에서 제외되더라도 2년간은 교육 및 의료급여를 계속 지원하도록 하는 새누리당의 공약과 민주당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시행 지원’은 복지전문가 19명(76%)으로부터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두 정당 모두 중장기적으로 복지정책을 고민하기보다 총선용으로 급조한 공약을 내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은 민주당보다 공약이 급진적이었고, 민주당은 재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재벌세, 법인세 증세는 절반 이상 반대


복지전문가와 조세·재정전문가의 66%(33명)는 한국경제가 크게 무리하지 않고 확대할 수 있는 복지예산으로 ‘연간 10조 원 미만’을 꼽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33조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정됐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거나 검토 중인 공약 중 병사 월급 확대와 무상보육, 초중고 아침급식, 고교 의무교육에만 9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두 당은 소득세 증세나 비과세·감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재원 조달 방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재원 조달 방안 가운데 대기업의 자회사 주식 배당금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재벌세’는 조세전문가 25명 중 19명(76%)이 반대했다.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벌세는 개념 자체가 불분명한 데다 이중 과세 소지가 농후하다”며 “재벌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표준 200억∼500억 원 사이에 최고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 증세’는 13명(52%),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강화는 8명(32%)이 비현실적이거나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재원 조달 방안 중 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으로 2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비과세·감면 축소’에 대해 조세·재정전문가 25명 중 11명(44%)이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시한이 만료되는 비과세·감면제도 대부분을 연장하는 상황에서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전체 금액의 7%에 이르는 2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한 ‘주식 양도차익과세’ 역시 9명(36%)의 전문가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설문참여 전문가 50명 명단 ::

◇조세재정 전문가 25명=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 김광윤 아주대 교수(경영학)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승래 한림대 교수(경제학)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학)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 노기성 KDI 선임연구위원 박완규 중앙대 교수(경제학)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박태규 연세대 교수(경제학)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 성효용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 윤태화 가천대 교수(회계세무학) 이철인 서울대 교수(경제학)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복지 전문가 25명=강철희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구철회 청주대 교수(행정학) 김교성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 김진수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김현숙 숭실대 교수(경제학)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 유태균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 이기효 인제대 교수(보건학)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이상일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 정무성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 최균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 최병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교수(노인복지학)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