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브레이킹 던’, 뱀파이어에게도 결혼은 ‘현실’이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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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레이킹 던 part1’ 스틸 컷. 사진제공=판시네마
영화 ‘브레이킹 던 part1’ 스틸 컷. 사진제공=판시네마

'트와일라잇' 시리즈 '브레이킹 던 part 1'(감독 빌 콘돈/30일 개봉)은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흘러간다.

전반부는 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결혼과 신혼으로 마냥 예쁘게 그려진다. 벨라의 예상치 못한 임신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어둡고 잔혹하게 전환된다.

잘 알려져 있듯 '브레이킹 던 part 1'은 스태프니 메이어의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브레이킹 던'을 원작으로 한다. 754쪽에 달하는 책을 둘로 쪼갠 영화는 전편은 올해, 후편은 내년 개봉한다.

이번 편에서 벨라는 사랑하는 에드워드와의 결합이라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인간 벨라와 뱀파이어 에드워드 사이에서 잉태된 아이는 벨라의 피를 빨아먹으며 무서운 속도로 자라고, 벨라는 급속도로 야위어간다.

산송장이 된 벨라는 골룸을 능가하는 '비주얼 쇼크'(물론 CG다)와 '어쨌든 결혼은 현실'이란 현실감을 준다. 이 불편함이 '트와일라잇'을 포함, '뉴문', '이클립스' 등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점이다.

●결혼식 장면…팬들에게 즐거움, 다른 이에겐 지루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과 신혼 생활은 팬들에겐 오랜 기다림의 선물이다. 아니, '트왈러'(열성적인 '트와일라잇' 팬들)에 대한 제작진의 고마움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한국계 미국인인 유명 디자이너 영송 마틴이 참여했다는 결혼식 장면의 꽃과 테이블 장식 등 야외 결혼식은 아름답고, 등 부분이 시스루 처리된 순백의 신부 벨라는 청순하다. 또 이 영화로 실제 연인이 된 롭스틴 커플(로버트-크리스틴 커플의 애칭)이 펼치는 애정신도 전보다 농도가 짙어졌다. 당시 패틴슨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묶어 달라고 했다고 일화가 있을 정도.

꽤나 공들인 이 장면들이 굳이 영화 절반을 차지할 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애정신은 10대인 주 관객층을 고려할 때 비교적 건전하게 그려진다. 즉, 무얼 상상하든 당신은 에드워드의 등판을 주로 볼 예정이란 뜻이다. '모르는 사람 웨딩 비디오를 본 느낌'이라고 감상 평이 나올 정도로 특별한 사건 없이 1시간이 지나간다.

●진짜 이야기는 후반부 '긴장감↑'

진짜 '브레이킹 던 part 1'은 벨라가 임신을 하면서 시작한다. 뒷부분은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아이를 낳으려는 벨라의 모성애가 극을 끌어간다. 벨라와 벨라의 심정을 이해하는 로잘리에겐 뱃속의 '아기(baby)'이지만, 벨라를 더 아끼는 다른 이들에겐 그저 '그것(thing)'에 불과하다. 아이의 출산을 막아야 하는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종족을 등지고, 급기야 벨라가 아이를 위해 피까지 마시기 시작하자 모두 하나가 돼 벨라와 아이를 지키기로 한다.

이처럼 드라마가 강조돼 전편들에게 보여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결 등 화려한 액션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벨라의 출산 장면은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인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깜박이는 불빛, 고통으로 절규하는 벨라, 기적인지 저주인지 구분이 어려운 아이의 울음소리…. 이 장면은 벨라의 극단적 상황이 맞물려 긴박감이 넘치며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그 덕분(?)에 '브레이킹 던'은 담백해졌다. 여전히 에드워드와 제이콥은 벨라에게 사랑의 단어들 내뱉지만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미소 짓지 마", "오늘을 위해 100년을 기다렸어" 등 - 후반부에서는 머리 맞대고 느끼해질 틈이 없다.

'꽃미남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벨라에게도 결혼과 출산은 현실이니까.

인기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4부 ‘브레이킹 던’ 전반부가 영화로 나왔다. ‘브레이킹 던’은 미국 출간 당일 판매 부수만 130만 부를 기록했다. 사진제공=판시네마
인기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4부 ‘브레이킹 던’ 전반부가 영화로 나왔다. ‘브레이킹 던’은 미국 출간 당일 판매 부수만 130만 부를 기록했다. 사진제공=판시네마

●시리즈 중 긴장감 최고…아쉬운 점은 여전

'브레이킹 던 part 1'은 신선했던 '트와일라잇'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반복된다. 로버트 패틴슨의 어정쩡한 연기와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겐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전개들이 이에 해당한다. 벨라가 왜 아이를 낳으려고 고집하는지, 늑대인간들이 왜 벨라와 에드워드의 딸 르네즈미를 제거하려 하는지가 그렇다.

제이콥은 벨라가 죽은 줄 알고, 그 원인이 된 딸 르네즈미를 직접 없애려고 다가간다. 하지만 아이와 눈이 마주친 갑자기 제이콥은 무릎을 꿇는다. 이는 늑대인간들의 숙명과도 같은 '각인'(늑대인간들에게 운명의 상대를 뜻함)이 이뤄지는 장면이자, 그동안 제이콥이 벨라에게 끌렸던 이유를 말해준다.

하지만 영화 속 상황으로만 보면 제이콥은 갓 태어난 아이를 보고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남자)가 됐다. 제이콥과 르네즈미의 관계를 좀 더 성실히 표현해줬다면 참 멋있을 텐데….

하지만 벌써 4편째다. '브레이킹 던 part1'을 보기 위해 극장을 나섰다면, 앞선 불만이 무의하다.

미국에선 18일 개봉한 이 작품은 오프닝 수익 7200만 달러(약 830억 원)로 북미 오프닝데이 수익 3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평단의 반응과 달리 시리즈는 꾸준히 흥행 상승세다. '트와일라잇'은 137만 명, '뉴문'은 194만 명, '이클립스' 208만 명을 끌어 모았다. 롭스틴 커플의 진한 로맨스를 기대하면서도 15세 관람가가 나와 기뻐하는 10대 팬들을 포함해 충성도 높은 팬들이 있어 이 영화는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누가 뭐래도 잘될 수밖에 없는 영화, '브레이킹던 part1'. 조금 더 밀도 있는 구성이었다면 팬들은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조금은 더 친절한, 아니 즐거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1년 후 개봉하는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깊이는 충분히 만들어줬다.

영화 ‘브레이킹 던 part1’ 스틸 컷. 사진제공=판시네마
영화 ‘브레이킹 던 part1’ 스틸 컷. 사진제공=판시네마

추가포인트1.

벨라는 '이 시대 최고의 어장관리녀'답게 아이 이름 후보에 'E.J' 즉, 에드워드 제이콥을 올린다. 아이 낳을 때도 우 에드워드, 좌 제이콥이라니. 그래도 일회용 컵에 피를 마시고, 앞니에 피를 묻힌 벨라의 모습은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

추가 포인트2.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나오는 마지막 영상도 놓치면 마시길.

사진제공=판시네마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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