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나를 보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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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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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화가 팀 아이텔 첫 개인전
메시지 전달보다 관객 성찰 유도

배경을 생략한 그림으로 관객에게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독일 화가 팀 아이텔.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배경을 생략한 그림으로 관객에게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독일 화가 팀 아이텔.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짙은 색상으로 매끄럽게 색칠한 캔버스에서 현대인의 소외감과 고독이 묻어 나온다. 흐트러진 간이침대, 테이블을 둘러싼 남자들, 잠자는 노숙인 등을 표현한 그림에서 세부 배경은 생략돼 있다. 등장인물은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여 표정을 읽기 힘들다. 모호한 상황이지만 언제 어디서 한 번 마주친 듯한 장면 같아 자꾸 기억을 헤집게 된다.

10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독일 화가 팀 아이텔(40)의 국내 첫 개인전(‘The Placeholders’)은 회화의 힘을 일깨운다. 우리가 흘려보냈던 현실의 한 장면을 포착한 그의 작품은 시적 정서와 빼어난 테크닉이 결합돼 울림을 남긴다. 인물의 움직임보다 그들이 남긴 흔적이나 분위기에 집중해 개별적인 이야기를 우리의 보편적 상황으로 바꿔놓는다.

아이텔은 ‘구성적 엄격함과 장인적 완벽함’을 중시하는 구상회화로 알려진 뉴라이프치히파에 속하는 대표 작가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철학과 문학을 공부한 뒤 미술을 전공한 그는 거리를 다니며 사진을 찍은 뒤 여기서 인물과 사물을 조합해 그림을 완성한다.

전시는 200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6점을 선보였다. 모두 소품 아니면 2m 이상 대작. 화가는 “작은 그림은 관객이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큰 작품은 공간 속으로 확장돼 관객이 그림 속 인물과 같은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섬세한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그의 회화는 보는 이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는다. “특정한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02-720-152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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