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공효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웃기면서 흐뭇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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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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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성파 배우\'로 데뷔한 공효진은 지난해 드라마 \'파스타\'에 이어 최근 \'최고의 사랑\'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떠올랐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99년 \'개성파 배우\'로 데뷔한 공효진은 지난해 드라마 \'파스타\'에 이어 최근 \'최고의 사랑\'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떠올랐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오똑하지도 납작하지도 않은 코. 브이라인보다는 동그라미에 가까운 얼굴형. 그저 평범한 외모의 그녀가 어느 순간 예뻐 보였다.

그녀 앞에선 까칠한 쉐프 최현욱(이선균)도 무너졌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 비싼 돈 받고 CF 찍는' 톱스타 독고진(차승원)도 쓰러졌다.

1999년 소위 '개성파 배우'로 데뷔해 톡톡 튀는 역할을 주로 맡던 그녀는 지난해 '파스타'로 애칭 '공블리'를 얻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최고의 사랑'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올라 선 배우 공효진(31)을 만났다.

▶"조금 더 잘해야지 욕심 생긴다"

-구애정에서는 벗어났나요?

"아직은 쓸쓸하고 고독해요. 끝나기 전에는 하루 빨리 끝나서 잠도 많이 자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공허하고 여운이 남네요. 15, 16부에서 독고진과 구애정이 결실을 맺은 모습을 보니 둘이 정말 좋았겠구나 싶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누리꾼들이 17회 예고편을 만들었어요. 예고편에서 구애정은 다시 톱스타가 되던데요.

"하하. 지금같진 않겠죠? 지금보단 나은 상황일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구애정이었으면 조용히 은퇴해서 내조나 하면서 지낼 것 같기도 한데 구애정은 활발하게 활동할 것 같기도 해요. '스타부부쇼' 나갈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웃기겠죠? 하하"

-효진 씨가 구애정처럼 톱스타에서 비호감 연예인으로 추락했다면 은퇴했을 것 같나요 구애정처럼 생계형으로라도 활동을 할 것 같나요?

"아예 떠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커리어 말고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말 그대로 생계형으로 남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이 직업은 끝나고 다른 사람으로 살기에는 꼬리가 긴 직업이에요. 외국가서 살아도 뭐하고 산다더라 말이 나오잖아요. 무대에 서면 관객의 호응과 짜릿한 희열을 평생 잊을 수 없어 무대에 계속 서고 싶게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의 환호를 받던 직업이라 중독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안 될 수도 있고 호응받지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자꾸 서고 싶게 만드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는 "20대 초중반에는 '재미없으면 당장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고 내가 잘하는 직업을 가지겠다. 28세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곤 했었다"며 "지금 와 생각해보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했구나 싶다"며 웃었다.

"그런 말 하는 저를 보면서 선배들이 얼마나 비웃었을까요? 아마 '더 해봐.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떠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럴 꺼 같아요. 겪어보니 이 일은 시작도 끝도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조금 더 잘해야지 조금 더 인정받아야지 조금 더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야지라는 욕심이 생겨요."

-구애정을 연기했으니 기자가 싫어졌을 것 같아 걱정됐어요.

"하하. 그렇진 않아요. 기자들도 어쩔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누군가를 싫어해서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친분이 있어서 옹호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저희 직업에도 악역이 있잖아요. 그런 역할이 필요해서 하는 것 같을 뿐이에요."

드라마에서 기자들은 야쿠자 현지처, 폭행 등 구애정에 관한 온갖 루머를 기사화했다. 독고진과 결혼해 딸을 낳고 잘 살고 있는데도 언론에서는 별거설 이혼설을 제기했다.

-구애정은 누리꾼들에게 많이 시달렸죠. 효진 씨도 인터넷을 보며 상처받은 적이 있나요?

"안티가 많지 않아 사실 인터넷도 걱정없이 하는 편인데, 그래도 있긴 하죠. 사실 우리들(연예인)끼리도 ''이 얘기 들었어?' 그러면서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대중들이 어찌 안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해요. 연예인들은 쉽게 소비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엔터테인먼트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 안에서 돈 받고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들 때도 있고요. 누리꾼들도 결국 필요악인데…."

말로 표현하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큰지 두서없는 답이 이어졌다. 결국 긴 한숨을 내쉬고는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배우 공효진.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우 공효진.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고의 사랑' 마냥 신파로 보일 수 있어 고민했다"

-구애정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연예인의 고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흥하는 연예인도 있고 흥하지 않는 연예인이 있어요. 애매모호하게 중간에 있는 연예인도 있고요. 많은 타입의 연예인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중에 최악의 경우들을 다 가지고 있는 게 구애정이었어요. 악조건에 남겨진 연예인도 가족도 친구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대중들이 생각없이 던지는 상처까지 이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차승원 씨가 코믹 연기를 보여주신 반면 효진 씨는 생활 연기를 보여줘 극의 중심을 잡았다는 평을 받았어요. 매번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을 보는 듯한 생활 속 연기를 보여주는데 비결이 있나요?

"꾸밈없이 하려고 해요. 여자 주인공이니 꾸미긴 해야 하는데 가장 현실적으로 하려고 머리도 막 세팅해서 틀어올리지 않고 한 번 빗어주고 싶을 정도로 뻗쳐있게 설정했고요. 메이크업도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하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해요. 좀 더 예쁘게 멋지게 이런 것 다 빼고 옆에서 사람들이 진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려고 하고요."

-'파스타'에서 함께 연기한 이선균 씨는 효진 씨가 바람피는 것처럼 연기한다고 했어요.

"하하. 어쩌면 저도 애인이 있고 선균 오빠도 유부남이라 조금 더 편하게 대했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싱글들끼리하면 조금만 친해져도 '쟤네 이상하네' 오해할 수 있고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어서 더 조심하는 게 있어요. 그러니 서로 짝이 있으면 편하죠. 승원 오빠는 촬영이 끝날 때마다 안아주며 '수고했어' 그랬는걸요. 밤새고 혼자 연기하다가 사랑하는 상대역이 오면 반가워요. 그런 점에 대해 오해한 사람이 없어서 편했죠. 계상 오빠랑은 승원 오빠랑만큼은 붙잡고 만지고 그러진 못 한 것 같아요."

공효진은 동갑내기 배우 류승범과 10년째 교제 중이다.

-'파스타' 때 유경은 효진 씨가 맡아 바꾼 점이 많았어요. 애정은 어땠나요?

"별로 없었어요. 단 애정이가 한없이 불쌍하게 보이는 게 맞는지 아니면 그래도 꿋꿋하게 보이고 슬퍼야 하는데 슬퍼하지 않는 게 맞는지. 그리고 오버 연기의 수위를 어느 정도 원하시는지를 확인하고 들어갔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제작자의 생각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모두 하고 싶은 작품에만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하고 싶지 않은 작품에도 출연하기도 한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최고의 사랑'은?

"저는 하고 싶지 않은데 한 작품이 손꼽아 몇 개 없어요.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했죠. 이번 드라마는 처음에는 코믹의 수위가 걱정됐어요. 가벼움의 한도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 사실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많이 오버돼서 촬영 내내 힘들었어요. 그 이후로 코믹드라마는 안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최고의 사랑'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했죠. 4,5부까지의 구애정은 온갖 몸개그를 하는 코믹한 부분이 많아 덥석 결정한 건 아니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배우 공효진.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우 공효진.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죽을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고 싶어진다"

-드라마가 인기가 많으니 촬영 내내 행복했을 것 같아요.

"호응도는 제가 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요. 드라마 스토리도 복잡했지만 제작 현실에 있어서도 어른스럽게 작품을 들여다보게 됐거든요. 대본이 나오면 저 스스로 스케줄을 짜보고 왜 이 장면을 먼저 찍지? 고민도 했어요. 과연 방송일에 맞출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어요."

-왜 그런 부분까지 걱정을….

"'파스타'까지는 없었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많았어요. 아마 '파스타' 때 너무 뜨거운 물에 손을 넣었다가 데고 나온 것 같아요. 많은 촬영분량과 빡빡한 스케줄, 방송일에 겨우 맞춰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더 심할 것 같으니 점점 뒤로 빼면서 큰일났구나. 도망가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던 것 같아요. '파스타'를 통해 이 물은 뜨거운 물. 손을 넣으면 데는 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손이 담가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어요."

-환경운동가로 지난해 단행본 '공책'을 내기도 하셨죠. 환경운동가로 촬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또 다를 것 같은데….

"그나마 모두가 텀블러는 써요. 보온 보냉이 필요하고 커피를 사러갈 곳이 없으니까요. 가장 참지 못하겠는 건 일회용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여름철이니 자동차에서 대기할 때 에어컨을 켜느라 공회전을 엄청해요. 저라고 끝까지 참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람이 없을 때는 문 활짝 열고 에어컨 껐어요."

-공효진만의 충전법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방전된 채로 했어요. 하하. 잠자는 게 유일한 충전법이었는데 제대로 못했죠."

-하지만 드라마를 또 하겠죠?

"개선책이 있겠죠. 그래서 혼자 안전장치들을 많이 생각해 봤어요. 계약할 때 '한 회에 30신 이상 없음. 한 신 추가될 때마다 추가 출연료 지급' 이런 규정을 넣으면 더 안 쓰시겠죠? 하하. '최고의 사랑'은 5부까지 혼자 50신 이상을 소화했어요. 도저히 못 견뎌니 후반부에는 좀 줄여주셨죠."

-'파스타' 종방연에서 공효진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걸 입증해서 기뻤다고 했어요. 이번 드라마 끝나고는 어떤가요?

"'파스타' 끝나고 다음에 어떤 작품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작품 또 해서 종지부를 찍고 싶다. 내가 이상형인 사람까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성공한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공효진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글을 봤거든요. 웃기면서도 흐뭇했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건가요?

"그래야겠죠? 두 번을 사랑스러움의 극을 보여드렸으니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찾아야하는데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비슷한 건 하지 않으려고요."

드라마라는 뜨거운 물에 두 번이나 데어 힘들다더니 벌써 차기작을 고민하는 듯 했다.

"참 신기한 건 이렇게 죽을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또 하고 싶다는 거예요. 희한한 일이죠. 애를 낳는 고통인 것 같아요. 엄마들도 첫째 낳을 때 고통 잊고 또 둘째 낳는다잖아요. 결과가 좋으니까요. 좋은 결과가 있었을 때는 다음번이 더 기대되고, 그런 것 같아요."

연예인은 결국 상품이다. 인터뷰 말미 대중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싶냐고 물었다. 미간을 찡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사실 소비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되게 멋지게 사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멋진 배우가 아니라 멋지게 사는,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겁 없이 용감하게 사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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